퇴행성 치매라 일컬어지는 알츠하이머병은 최근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병이다. 65세 이상 인구의 약 4% 정도이고 매년 1%씩 증가하여 80세 경에는 5명당 한명꼴로 발병할 정도로 흔하나 실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호자들은 처음에는 나이가 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좀 더 심해졌을 때는 ‘내 아내(남편)가, 우리 어머니(아버지)가 설마 치매에?’라는 생각과 ‘못난 모습’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차일피일 미룬다. 하지만 좀더 일찍 병원을 찾는다면 진행을 늦출 수도 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의 황혼으로 가는 긴 여행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말은 1994년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말이었다. 당시만 해도 일반인들은 치매를 그저 노인에게 오는 노화과정쯤으로 여기고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진솔한 고백으로 조기진단의 중요성과 함께 연구비 지원 등 국가적 역량의 집결이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필자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병에 대해서 당당히 밝히고 자신의 아내를 국민들에게 부탁할 수 있는 그의 솔직하고 용감한 행동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우리도 질병에 대해서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알리고, 현대의 치료법을 활용해서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불법을 활용하듯이 의료도 ‘나의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한다.
<원광대병원 신경정신과>
김도연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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