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가 되면 늘 아이들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다.

평일엔 학교와 학원공부로 밤늦은 시간에야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그나마 법회 전에 아이들과 통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토요일이다.

전화번호를 놓고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떠올리며 전화를 돌린다. 전화 받는 아이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교당을 잘 나오지 않는 아이들은 나의 설득과 다그침에 겨우 “네”하는 말뿐이다. 어쩔 수 없이 대답은 하지만 교당에서 만나긴 어렵다. 교당을 열심히 나오는 아이들도 또한 대답은 “네” 하고 말하지만 시원스럽게 그 말이 나온다. 나 또한 짧게 전화통화를 끝내고 교당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된다. 교당을 나왔다 말았다 하는 아이들은 전화통화도 힘들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전화가 제대로 연결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요즘 중고생들은 평일엔 학교와 학원을 다니느라 새벽 1시경에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이 대부분 이다. 그 바쁘고 힘든 시간 중 토요일은 그래도 좀 한가한 시간일 것이다 물론 시험 때면 여지없이 학원 보충을 가지만 그래도 여유 있는 토요일 5시는 그 아이들에겐 황금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바쁜 와중에 교당을 나오는 아이들이 고마울 뿐이다. 그 귀한 시간을 할애 받은 나로서는 어떤 것을 줄 것인가 하는 것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연구 과제이다.

전화번호 놓고 한 사람 한 사람 떠올리며 전화를 건다

교당을 다니면서 수 없이 듣게 되는 많은 말 가운데 우리 아이들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는 한 마디가 꼭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내 소망중의 하나이다.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말들은 수없이 많다. 그 많은 말들 중에서 사람마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내 말 한마디가 아이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여 마음으로부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 그 이상의 보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그 보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말만 잘 하는 교무가 되어 버릴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내 마음부터 먼저 변화되고 채워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과 내가 마음으로 공감하고 만날 수 있겠지!!

토요일 바쁜 시간을 쪼개어 교당을 찾아오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난 토요일의 실랑이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영등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