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온정 활활 타오른다-왕궁복지회관 어버이날 행사

▲ 어버이 날을 맞아 환센병 환우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자원봉사 학생들.
“할머니·할아버지 힘내시구요, 카네이션처럼 예쁜 저희들이 항상 함께 할께요.”

8일 어버이 날을 맞아 원광보건대·우석대·왕궁중학교 학생들이 익산시 왕궁면 한센병 환우 정착촌을 찾아 가가호호 다니며 카네이션을 달아주었다. 이들을 위한 어버이날 행사는 올해로 3년째. 왕궁복지회관(관장 천성준)의 어린이집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만든 꽃이다.

한센병 노인들은 이들과 포옹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웃 마을에서는 마을회관에 한센병 환우들이 모이고, 자원봉사에 나선 왕궁중학교 학생들의 노래와 악기 연주도 이어졌다.

“잊혀진 곳에 대한 손길이 너무 미약하지만 이 학생들로부터 사회가 변화해 나갈 것입니다. 소외된 사람들이 제도적·사회복지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신앙인으로 노력해 갈 것입니다.” 환우들에 대한 천 교무의 다짐이다.

지난날 혹독한 추위에 움추렸던 사각지대에 은혜의 빛과 새봄의 따뜻한 기운이 피어 올랐다.

일명 나병이라 불리는 한센병은 전국 88곳의 정착촌에 약 2만명의 환우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발병하지 않는 소멸성 질환이다. 익산시 왕궁면 한센병 환우 정착촌은 소록도의 8백여명보다 많은 915명으로 국내 최대규모이다. 이곳은 1960년대부터 자활의 방편으로 축산업을 하였으나 지금은 노령과 병 후유증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여 어렵게 살고 있다. 널리 알려진 소록도 등 몇 곳을 제외하고 이들 정착촌은 사회와 유대가 적고, 사회복지 서비스 접근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원기82년부터 시작된 왕궁의 무연고 교화 개척지에 원기84년 천성준 교무가 부임하였다. 이듬해부터 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산하 비인가 왕궁복지회관으로 운영중이다. 어린이집운영을 비롯하여, 이·미용 봉사, 한방·치과 진료봉사, 특수 장애아 교육봉사 등을 거의 매주 실시하고 있다. 천 교무는 “전체 면민중 15%가 한센병 노인들이어서 재가노인 복지서비스에 역점을 두고, 내년에 인가를 받기 위해 노력중이다”고 밝혔다.

올해 부터는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활동이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한센병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사회통합을 위해 교육적 차원에서 접근하는게 그것이다. 원광대·우석대·원여고·원중·이리공고·왕궁중학교 등 인근 학교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게 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먼저 한센병에 대한 교육과 토론을 한 뒤 봉사활동에 나선다. 주로 노인들인 한센병 환우들을 만나 말벗도 되어주고, 안마도 해주며, 집안청소에 주변정돈까지 ‘일일가족’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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