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사람이 석양에 바쁘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하루종일 일없이 시간만 보내다가 해질 무렵이 되서야 비로소 그날 해야할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다는 것을 비유한 말입니다.
올해도 벌써 12월하고도 중순을 넘기고 있습니다. 밀린 숙제라도 하듯 급하게 순교하고 교화하는 나를 보면서 문득 웃음이 나옵니다.
그 동안 학교축제, 기말고사 등으로 법회에 소홀했던 우리 아이들. 덩달아 똑같은 핑계로 위안 삼던 부교무, 오늘은 법회전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쎄이클럽에 접속하는 날입니다.
그곳에서 대걸이를 만났습니다. 방금 시험 끝나고 지친 상태, 게다가 독감까지 걸려서 법회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는 내용입니다. ‘정말 힘 빠지게 하는 말입니다.’ 게

모 인 조 교무
다가 아이들은 오늘따라 법회시간이 되었는데도 두명 밖에 오질 않는군요. 몇분이 지나서야 10여명이 왔습니다. 이렇게 힘 빠지고 맥빠지는 날엔 새로운 힘이 필요하고 분위기 전환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오늘은 가정방문법회다. 대걸이 집에가서 법회 보자”라고 말을 던진 후 바로 길을 나섰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키득키득 웃고 난리입니다. 아무래도 몇 달전, 속옷차임으로 기습순교 당한 인성이가 제일 좋아하는 눈치입니다.
갑작스런 방문이었는데도 반갑게 맞이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정말 아팠습니다. 그것도 아주많이 무서운 독감~’ 우리들은 좁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법회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불러봤을 듯한 ‘건강을 주소서’ 성가를 제법 성의있게 부르면서 법우가 빨리 낫기를 기원하는 모습이 예쁘기만 합니다.
법회 후에 융성한 떡볶이 대접을 받고 돌아서면서, 오늘은 멀리서 오는 아이들을 직접 데려다 줘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걸어다니는 지은이를 포함한 아이들은 보내고, 수헌, 종우, 동희, 성종이를 승용차에 태우고서 아이들 집에 찾아가는 길! 가도가도 끝이 없었습니다. 창원 끝에서---끝.
이렇게 먼 곳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 우리 아이들이 대견하고 고맙기만 합니다. 가음정에 가서는 오랫동안 법회에 오지 않는 한빈이 집엘 방문하여 한빈이 얼굴도 보고, 전화로만 인사드렸던 한빈이 엄마도 만나는 횡재를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소파개정 및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를 하는 중앙동에 가서 일주와 이성종을 만나고 박성종이 사주는 비빔밥과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얻어먹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삐삐(강아지)와 놀고있는 은혜 집에 가서 은혜도 보고 돌아오니 벌써 10시가 다 되어갑니다. 휴! 밀린 숙제---. 숙제만은 아닌 듯 합니다. 아이들과 있으면 마냥 행복한 저를 보면, 아이들은 저에게 행복을 주는 은혜로움이요, 사랑덩어리들입니다. 갈수록 세상은 풍요로워지고, 아쉬운게 없어지는 이 세상, 그럴수록 더욱 팍팍해지는 청소년교화지만 교당에 나오는 아이들은 일원회상 법종자임을 확신합니다.
<창원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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