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품 21장

근기 따라 챙기는 도

이 장은 정양선, 양도신 선진이 지방 교무로 처음 부임할 때에 다른 사람같이 특별히 챙기지 못해 섭섭하지 않았는지를 물으시고, 근기 따라 자주 불러서 타일러야 할 사람과 몇 번 타이르지 않아도 좋을 사람이 있다고 하시며 두 교무를 인증해 주신 법문이다.
자주 챙겨야 할 사람은 서원과 신심이 약하여 안 챙기면 틈이 나고 변덕이 많은 사람으로 잡초가 잘 나는 밭에 손이 자주 가듯 지도하는 공력이 더 든다. 이러한 사람을 놓지 않고 자비인정교화로 알뜰하게 챙기면 결국 곳곳에서 낙원세계를 이루며 모두를 위해 보은 봉공하는 인재가 많이 배출된다.
챙기지 않아도 될 사람은 의리와 인정이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마음을 합하고 기운을 연한 알뜰한 권속이다. 지도하는 이가 사량과 방편을 쓸 필요가 없고, 지도 받는 이도 기망과 조작이 없이 대의가 확립되고 법맥이 연하게 되므로 이러한 권속이 많을수록 회상이 융창하게 된다.

유무념 대조로 각자의 마음 잘 챙기고,
섭섭한 사람없이 두루 챙기고,
만생령 어버이 되도록 챙기고,
相없이 챙긴다


이렇게 챙기지 않아도 좋은 사람은 숙겁다생에 원력을 세우고 많이 닦은 사람이다. 나 자신부터 이러한 사람이 되도록 서원하고 지도권면하여 만 생령을 제도하는 천여래 만보살이 되도록 서로 챙기면서 살아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챙겨야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교화할 수 있을까?
먼저, 유무념 대조와 훈련법으로 각자의 마음을 잘 챙겨야 한다. <대종경> 수행품 1장에 ‘챙기지 않고 어찌 그마음을 잡을 수 있으리요’하셨고, <대산종사 법문3집> 훈련 5장에 ‘자기 마음이지만 정기훈련법과 상시훈련법으로 챙겨야 살아나고 일생만 실천해도 큰 차이가 난다.’고 하셨다.
둘은, 두루 챙겨야 한다. 편협하게 챙기면 섭섭한 사람이 많다. 사소한 물건 하나라도 빠짐없이 챙긴다.
한 예로 정산종사는 홍시를 나눠줄 때에 “모두 몇 사람이냐, 감은 몇 접이냐, 손님 응접용은 얼마나 필요하냐”고 물으신 후 “2개씩 나누면 되겠구나”하시며 달라고 한 사람, 안 한사람, 보이는 사람, 보이지 않는 사람까지 골고루 챙기시는 자비심이 있으셨다.
셋은, 내 사람이 아닌 만생령의 어버이가 되도록 챙겨야 한다. 개인적으로 챙기면 그 사람만 위하는 쪽박이 되고 공중의 인물로 챙기면 덕화만방하는 인재를 양성한 공덕이 된다.
넷은, 미루는 일없이 내가 먼저 챙기고 욕심을 떠나 상(相)없이 챙겨야 한다. 때에 맞게 챙겨주면 많은 복을 장만하지만 챙김을 받으면 빚이 되고, 빈 마음으로 챙기면 복을 길게 받으나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 복이 끊어진다.
<유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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