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쟁을 시작했다. 패권과 석유를 노리는 미국의 도발 앞에 세계는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미국의 불의를 보고도 파병을 결정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서글프기만 하다. 한미동맹이라는 국익 앞에 어쩔 수 없는 약소국의 비애를 다시 한 번 곱씹고 있다.
반전운동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내에서도 반전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전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종교계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상생·생명·평화를 외치던 종교계가 당연히 반전운동의 선두에 서야 할 것 아닌가. 정치적인 사안이 터질 때마다 활발한 입장 표명을 하던 종교계의 침묵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원광대 원불교학과 예비교무들이 원광대에서 1주일간 기도를 올리고 있고 사회개벽교무단과 원불교인권위의 성명만 있을 뿐 교단의 공식적인 반응도 없는 실정이다.
교단은 영산성지 핵폐기장 설치 반대를 계기로 반핵운동에 뛰어들었다. 12월11일 영광집회, 2월13일 서울집회를 통해 우리의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했다. 하지만 반핵운동은 보기에 따라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 이에 반해 반전운동은 명분이 좋다. 당연히 반핵운동에 반전운동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반전과 반핵은 일란성 쌍둥이이다. 반전이 있는 곳에 반핵이 있고, 반핵이 있는 곳에 반전이 있어야 한다. 1987년 원대연에서 펼친 운동도 반전반핵이었다. 그때 발행한 책자 제목도 I반전반핵! 그 내릴 수 없는 깃발을 위하여 J였다.
반전 움직임은 작년 11월 청운회 심포지엄에서 이미 제기된 바 있다.(본보 1171호 참조) 또 2월13일 서울 집회 이틀 후인 15일 대규모 반전집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이 때 운동 목표를 반핵에만 한정하지 말고 반전반핵으로 두었어야 했다. 반전반핵운동으로 나아갈 때 상생·생명·평화·환경의 슬로건에 걸맞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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