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 별은 쏟아져 내리고 …

▲ 대각전에서 바라본 간월
▲ 배내훈련원 전경
▲ 어머니의 품속같이 포근한 배내훈련원
▲ 주변지역탐방안내
거닐기만 해도 절로 생기는 기도심
산 구비구비를 돌며 ‘이젠 영영 저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그렇게 밟고 지나온 길. 가파른 산길을 오르느라 숨이 턱턱 막히는지 장군말랭이(배내고개)에선 차도 잠시 멈추어 선다. 어떤 경계선을 넘은 듯 자못 마음이 심상해질 때, 첩첩이 쌓인 봉우리들이 저 멀리서 속내를 감추고 빙긋이 웃는다. 그리고 다시 ‘빨리 오지 않고 뭐하느냐’는 듯 뚫린 내리막길.
그런 길을 지나면 두 봉우리를 사릿문처럼 가리고 선 배내훈련원이 ‘내 새끼 이제야 오느냐’는 듯 와락 껴안는다. 이제야 비로소 어머니 품 속을 만난 듯 안심이 된다.
돌배나무가 많아 이름 붙여졌다는 배내골의 최상류에서 산들의 호위를 받으며 자리한 배내훈련원. 2월의 끝자락에 찾은 이곳은 아직도 시샘이나 하듯 눈발이 날렸다. 그러나 어찌 오는 봄을 막으랴! 벌써 개울가엔 물 흐르는 소리가 청명하다.
이 곳 산 속 풍경은 잘 꾸며진 정원이다. 집과 수풀과 바위들이 산과 조화를 이루고, 여기를 거처로 삼은 사람들 또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가만히 거닐기만 해도 절로 마음이 고요해지는 배내훈련원. 이 모두가 20여년간 이 곳을 정성스럽게 가꾸어온 향타원 박은국 종사의 원력이다.
산 아래에서 산 위로 펼쳐진 길에 세워진 소년 대종사상과 일만명의 기도정성으로 쌓은 만인탑(돌탑), 다시 길을 조금 더 오르면 마치 하늘로 날아갈 듯 사뿐히 앉은 대각전. 다시 뒷길로 이어진 기도터. 여기까지 오르면 별로 어려운 길도 아니건만 제법 숨이 차오른다. 아마 내 속에 쌓인 삼독심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기도로 이 모두를 벗겨내야지!
다시 배내훈련원 옆길을 돌아들면 산 아래로 흐르는 시냇물을 만날 수 있다. 그리 많은 양의 물은 아니지만, 마음의 찌든 떼를 씻어 내기엔 충분하다. 또 이 물길을 따라 산길을 오르다보면 24㎞를 흘러, 낙동강을 통해 대해장강으로 달려가는 배내골의 발원지를 만날 수 있다. 평평한 바위에 앉아 잠시 명경같이 맑은 물에 마음을 씻고 있노라면 마음은 절로 고요해져, 내 마음의 근원에 닿게된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무리
배내훈련원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무리가 아닐까! 도심 하늘에서는 네온사인에 가려 숨은 별들이 모두 여기에 모여 또다른 세상을 꿈꾸듯 총총히 박혀 빛을 발한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이 별을 헤다보면 더욱 진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을 듯.
배내골훈련원의 또 하나 별미가 있다면 통유리로 만들어진 청소년의 집 방 안에서 창 밖으로 비치는 산풍경.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새 수풀들이 일렁이면 전해주는 수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

매월 셋째주 정기선방 열려
그러나 어디 이곳까지 가서 쉬었다만 오겠는가. 기왕 마음을 씻자고 나선 길이니, 매월 셋째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여는 ‘정기선방’ 일정에 맞춘다면 몸도 마음도 다 시원할 듯. 여기에 참석하면 향타원 종사의 고경 강의와 선·명상을 체험할 수 있어 공부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듯하다.
장덕훈 원장은 “배내골 사시사철 풍경도 좋지만, 진리공부로 마음을 밝힌다면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선방에 많은 분들의 참여”를 당부한다.
배내골서 살다간 어느 사람의 말. “배내골의 봄은 수채화요, 가을은 유화다”고. 그렇게 사시사철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이 배내골이다.
삭막한 도시의 일상을 깨고, 가족과 함께 여기서 잠시 쉬어보자. 몸도 마음도 다 편안해지리라.

노태형기자 ist21@wonnews.co.kr

둘러 볼만한 곳
영남의 알프스라 불려지는 배내골 주변은 갈 곳 천지다. 1천m가 넘는 산들로 둘러쳐진 이곳에선 이름난 사찰을 둘러 볼 수 있고, 또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을 즐길 수도 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라면 경주와 통도사를 한 시간 거리로 다녀 올 수 있다.
먼저 가벼운 산책을 원한다면 주암계곡을 둘러 볼 수 있다. 약 1시간 정도면 도보로 아름다운 계곡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듯.
또 높은 산을 오르고 싶다면 간월산을 택해도 좋다. 특히 간월재 능선가지는 임도를 따라 차로 오를수도 있으며, 이 곳부터 간월산 정상까지는 걸어서 30분 거리다.
특히 간월재에서 내려보는 구릉이 일품. 그리고 만약 제대로 등산을 하고픈 사람이라면 억새밭으로 유명한 사자평 등산을 해봄직도.
차로 움직이는 드라이브 코스도 새로 개발됐다. 배내골을 따라 원동 방향으로 가다, 밀양방향으로 방향을 틀면 밀양땜을 거쳐 표충사를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또 남명 얼음골을 함께 구경할 수 있는 코스도 있다. 약 1시간30분 소요.
또 언양에서 배내골 가는 길목의 석남사는 국내에서 가장 큰규모의 비구니 종립 특별 선원(宗立特別禪院)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찾아 가는 길
자가용으로 찾아간다면 경부고속도로 언양IC를 빠져나와 밀양 방향 24번 국도를 따라가야 한다. 그리고 석남사에서 2.5㎞쯤을 지나 69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배내고개 정상을 넘어 약 2㎞를 달리면 배내훈련원 표지가 나온다.
버스를 이용할 사람은 언양터미널서 오전 8시30분, 오후 4시 하루에 두 번 버스가 다닌다. 또는 버스로 석남사 입구까지 와서, 훈련원에 연락하면 차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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