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들이 교당 짓고, 땅사고 나면 그렇게 지쳐보일수가 없다그 교무들의 말 소리가 녹음기 약이 없을때 나는 소리처럼 웽∼웽 소리를 내서 무슨 말 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저 교무가 녹음기 약이 떨어졌나보다

▲ 이양신교무/만덕산훈련원장
예전에 대산종사께서 배알하러온 교무들이 다녀간 뒤 “저 교무가 녹음기 약이 다 떨어졌나보다”고 하셨다. 가끔 힘들고 지칠때면 생각나는 말씀이다.
1월 만덕산 동선기간중에 폭설이 내렸다. 온 천지가 눈더미 속에 파묻히고
쌓인 그 눈이 하늘까지 닿을 것 같았다. 아랫 동네 사람들 이야기가 “30년 만에 처음 내린 눈이라”고 한다.
나는 두툼한 좌선복을 입고, 경종, 목탁, 일원상, 법복, 효소를 싸들고는 눈보라가 치는 만덕산 산길을 올랐다.
지난해 초선지 가는 중턱에 적공실 두 채를 지어 놓은터라 그 집을 가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지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일단 들어가서 씻고 식사대용으로 효소 한 컵을 찬물에 타 마시고는 1백배를 하고, 앉아서 좌선을 하다가 또 절을 하고…, 천 배를 하고 나니 마음이 무아의 경지에 들어가 편안해졌다.
그 이튿 날도, 그 이튿 날도 3일 동안 찬물에 효소만 타 마시고 삼천 배를 하고, 좌선을 하고 기도를 올린 뒤 산을 내려오니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
대산종사께서 “교무들이 교당 하나 짓고, 땅 하나 사고나면 그렇게 지쳐보일 수가 없다. 녹음기에 약이 업을때 나는 소리처럼 웽∼웽 소리를 내서 무슨 소린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하시며 “저 교무가 녹음기 약이 떨어진 것 같다.”하신 말씀이 절실히 생각났다.
내 자신도 아마 녹음기에 약이 떨어져서 이렇게 힘이 드나보다. “칠일 입정하고 칠일 출정하라”고 하신 대산종사님의 말씀이 계셨는데.
정력은 좁쌀 한 톨 만큼 쌓으면서 쓰기는 무한정으로 쓰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내가 생각해봐도 참 한심스러운 일인 것 같다.
‘공부위주 사업종’이라고 하셨는데 ‘사업위주 공부종’이 되어 버렸으니 어떻게 해야하나?
대산종사님의 “운수는 좋다만은 감당하기 어려워라”하신 말씀이 생생히 떠오른다.
대종사님께서 이곳 만덕산에 다녀가신 뒤 80년. 열 두 제자와 초선을 나신지 78년.
교단 만대에 길이 보전될 만덕산 성지!
대종사님께서는 “내가 이곳 만덕산에 오다가다 들린 것이 아니다. 이곳은 흙 한줌,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에도 전부 불성이 갊아 있는 곳이다. 그러니 터를 보지 않고 어디라도 선방을 지어놓으면 인재가 무수히 쏟아질 것이다.”고 하셨다기에 만덕산 중턱에 선방 두 동을 지었다.
그랬더니 “왜 여기에 선방을 지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지었다.”고 대답했더니 “예전에 대산종사님께서 이 터에 앉으셔서 법문을 많이 하셨고 ‘이 터가 만덕산 안방이다 조실터다’고 하셨는데 여기에 집을 지으셨네요”라며 반가워했다.
앞으로 뜻있는 수도인들이 이곳에 와서 대적공 대정진하여 대정력을 얻는 터전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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