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핵폐기물장 선정에 반대하는 출가교역자 비상총회. 이날 전국 각지에서 1천2백여명의 출가교역자들이 모여 ‘핵폐기장 철회 핵 발전소 추방’을 주장한 것은 핵폐기물장 후보지로 선정된 영광이 원불교 성지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개토론을 배제하고 금품으로 주민을 현혹한 밀실행정을 비판하고, 하나뿐인 지구의 생명을 파괴하는 일에 맞서야 한다는 의지를 천명한 집회였다.
이번 총회는 원불교가 단순히 성지수호의 차원을 넘어서서 생명과 상생, 평화의 흐름에 앞장서야 한다는 메시지와 정부의 ‘핵정책’ 전환을 위해 한국사회에 새로운 이념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될 교단적 과제를 남겼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본다.
오후 총회에서 다음날 새벽 철야기도에 이르기까지 한기가 올라오는 땅바닥에 차분하고 결연하게 앉아있는 출가교역자의 모습에선 ‘제2의 혈인성사’를 방불케 할만큼 비장함과 성스러움이 감돌았다.
이는 외적으로는 원불교의 저력과 단결력을 극명하게 보여줬으며, 내적으로는 출가교역자들간에 무서운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떤 면에서는 교화침체로 인한 상실감을 극복해낼 수 있는 ‘물꼬’를 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위기는 곧 기회다’는 말처럼 교단은 이 위기와 역경을 오히려 성장과 거듭나는 호기(?機)로 삼아야 한다. ‘이제 그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라’는 강한 외침을 결코 외면할 수 없고 외면해서도 안된다.
지금은 핵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철저히 반성하고, ‘원칙’과 ‘신념’으로 21세기를 향도할 인류의 정신개벽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가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