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종화 교무
발령을 받고 학생의 신분을 벗어던진 후 딱 1년이 지났다. 1년동안 교단의 가장 막내로서 교단을 바라보는 느낌은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최근 인터넷을 통한 시대의 변화속에 세상은 밝아지고 세상을 논하는 사람들도 과거 구세대에서 젊은세대로 점차 옮겨오는 추세이다. 과거에는 한 두 사람의 리더로 세상을 움직였지만 이제는 모두의 합의된 의지가 세상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개혁 혹은 혁명으로 말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가 말했던 제3의 권력인 정보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정보를 소수의 권력층이 독점했기에 소수의 리더자가 세상을 움직였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을 타고 정보를 누구나 공유할 수 있게 됨으로서 더이상의 소수의 리더는 민중을 움켜쥘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분명히, 이런 사회의 급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종사님 말씀처럼 시대가 밝아지고 있구나’하는 감상을 지니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넷 사회는
소수의 권력을 다수의
권력으로 변화시켜
대립과 불신을 접고,
이해와 관용만이 살길



그런데 정작 나와 우리의 모습을 돌아볼 때, 왜 그런 사회의 모습이 나 혹은 우리와는 좀 다른 이야기로 다가오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혼돈 속에서 다만 ‘내 일이나 잘해야지’하는 조금은 서글퍼지는 상념속에 지내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만약 ‘우리’라는 공동체가 종교가라는 이름을 걸지 않은 일반 단체였다면 분명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자괴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종교가라는 정체성을 반드시 확립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또하나의 과제는 그런 종교가의 특성을 인정하면서 그냥 거기에 안주해도 되는가라는 점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종교도 변해야 하는지, 아니면 변하지 말아야 하는지. 난 이 두가지 명제 사이에서 무수한 방황과 고민을 해왔다. 그리고 그 둘을 철저하게 나누고 대립의 관계로 보았다. 그래서였을까? 해법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고민과 방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감에 시달린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무언가 방향을 설정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버린다면 급변하는 시대를 더이상 따라 잡을 수 없게 되버린다면….
우리의 과제는 참으로 어렵다. 전통에만 고집한다면 시대에 뒤쳐질 것이며, 무조건적인 변화는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는 일반 단체와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교단을 이어받아야할 젊은 세대로서 선진님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물결을 수용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선 모두가 가슴을 열어야 한다. 막연한 대립의식과 불신은 접어두고 폭넓은 이해와 관용이 우리만의 살길이며 우리가 풀어야할 화두일 것이다.

<영광교구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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