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계절은 금기(金氣)가 충만한 가을이다. 이번 주에는 여러 교무님들과 함께 교구 교무훈련을 다녀왔다. 명승지에서는 아름다운 단풍도 볼 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멋진 경치에 매료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자연의 정다운 변화를 바라보며 예년과는 달리 바람 속에서 뒹구는 낙엽에 쓸쓸함을 느끼거나 수행자의 삶은 혼자서 가는 삶이라는 인간사의 여러 상념에 빠져드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인 모양이다.

강아지에게 돌을 던지면 돌을 좇아가고 호랑이에게 돌을 던지면 사람을 문다는 선가의 말이 있다. 이는 화두를 참구하는 학인들에게 강조하는 말로 현상의 이면을 잘 관찰하여 모든 현상의 배후에 존재하는 한 물건을 잘 보라는 말이다.

그러나 멋진 가을 단풍을 보며 그 이면에 위치하는 진리에 주목하여 모든 상이 상 아님을 파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중생은 항상 자신만의 사고의 틀을 가지고 살면서 현상을 중생심으로 해석하는 고정된 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현상에 매몰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삶인지라, 그래서 안목을 열어주는 불법에 인연이 있는 것을 커다란 복으로 치는 것 같다.

불법에 의지하여 이런 여러 가지 어려운 점들을 극복하며 수행해 간다고 하더라도 지도인에게 문답 감정을 받으며 해오를 해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은 조금이라도 어떤 견해가 생겨야 문답을 하는 것인데 이 점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공부방향을 잘 잡아 어떤 성취가 있다 하여도 자기 집 소식을 아무한테나 말하지 못하고 안목이 있는 지도인에게나 내보여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니 만큼 수행에 있어 공부가 익어가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우리 모두는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 뒤에는 눈 내리는 겨울이 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와 같이 수행에서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변화로 자신의 공부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아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이때에는 불교의 사가행(四加行) 수행법을 살펴보는 것이 좋은 참고가 된다.

사가행 수행법이란 견성을 목전에 둔 수행자가 자신의 수행을 가일층 분발하는 단계로 화엄의 52위 중에서 간혜지와 십신 십주 십행 십회향의 41 계단을 지나 십지에 이르기 위해 더 한층 분발하는 수행을 말한다.

그것은 난온위(煖位) 정상위(頂上位) 인내지(忍耐地) 세제일지(世第一地)를 말한다. 경전의 설명과 선지식들의 해설에 의하면 난온위에서 수행자는 몸도 마음도 개운하고 가벼운 가운데 몸이 따뜻해지며, 정상위에서는 우리 마음의 욕심이 거의 줄어져 욕계를 거의 벗어날 단계가 되어 마치 몸이 허공에 들어간 것과 같다고 한다.

또한 인내지에서는 잘 참는 사람이 그 마음을 품고 있지도 않고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과 같고, 세제일지에서는 미혹함과 깨침을 벗어나 이를 초월한다고 한다. 인내지에서는 웬만한 병은 다 물러가는 가운데 심월(心月)을 보며 세제일지에서는 심일(心日)을 보게되는데 여기에서 생각이 쉬는 무간정(無間定)에 들어 견성의 계위인 보살 초지(初地) 환희지에 진입한다고 한다.

이는 모두 견성 이전의 조짐이니 심신간에 이와 같은 조짐이 있다면 더 한층 분발할 일이다. 대산종사가 어느 날 해와 달이 서로 맞부딪치면서 품안에 안기는 꿈을 꾸고 나서 그 다음날 아침에 대종사님으로부터 앞으로는 법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받들었다고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춥고 배고파야 공부한다는 말이 있다.(飢寒에 發道心) 봄과는 달리 가을에는 비가 오고 나면 기온이 떨어진다. 이런 점에서 물리적으로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은 수행자에게는 반가운 시절이다. 정진하는 마음으로 가을을 지내며 다가오는 겨울을 기다려야겠다.

경남교구 와룡산 수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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