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정교당 스카우트 동그라미지역대 ‘어린이 풍물팀’

▲ 풍물을 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일산·화정 , 스카우트 동그라미 지역대 아이들. 뒷줄에 서있는 사람이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은경 선생.
‘덩덕 더더덕 더더더더 더더덕’
산뜻하게 새로 지어진 일산교당을 들어서자 풍물소리가 요란하다.
제법 갖추어진 소리를 들으며 ‘나이든 사람들이 재미나게 노는 모양이다'하고 들여다보니, 이제 갓 팔에 힘이 붙기 시작한 아이들이 연신 어깨를 들썩이며 사물을 두드리고 있다.
“악기를 두드리고 나면 한 주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풀려요. 그리고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할 수 있어 좋아요.” 장구를 두드리던 박서연 어린이(화정교당)는 제법 어른스럽게 사물놀이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일산·화정교당 어린이들로 구성된 스카우트 동그라미지역대.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풍물 연습을 하는 이들의 모습에
는 진지함과 신명이 함께 베어있다. 악기를 두드리는데 몰입한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일 때면, 이들의 스카우트 활동을 지도하고 있는 이은경 선생(일산교당)의 어깨도 따라 들썩인다. 그렇게 한창 몰입해 악기를 두드리고 나면 아이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꽹과리 소리도, 장구 소리도, 북 소리도, 징 소리도 모두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어우러져 천상의 소리로 울려 퍼진다.
“학교공부와 컴퓨터에만 매달려 있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갖게 해주고 싶었죠. 무언가 특색 있는 것을 찾다가, 작년부터 풍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니까 기뻐요.” 원기85년도에 스카우트 동그라미지역대를 만들어 이끌어온 이은경 선생은 “처음엔 일산교당 봉불식 공연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이젠 여기저기서 공연 요청이 오기도 한다”며 자랑한다.
한창 악기를 두드리던 아이들이 악기채를 놓고 모여들었다. 이들에게 풍물을 가르치고 있던 김경아 선생(종로교당)이 갑자기 돼지씨름을 제안한 것이다. 앉은 채 두 손으로 양다리를 잡고 상대방을 넘기는 ‘돼지씨름’이 다소 낯설긴 하지만, 어느새 아이들은 서로 부딪치고 넘어지며 하나가 된다. 그리고 다시 잡은 악기채에는 힘이 들어가고, 흥에 겨운 사물소리에 더욱 신명이 더해진다. 우리가락의 흥이 바로 이런 것일까!
김 선생은 “남 같지 않죠. 내 식구잖아요. 그리고 좀 심하게 시키는 편인데도 아이들이 참 잘 따라해요. 집중력도 좋고요”라며 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풍물을 통해 즐거움과 자심감을 얻기까지는 누가 무엇이라 해도 이은경 선생이 힘이 컸다. 스카우트를 통한 새로운 경험을 갖게 해주고 싶었던 그는 토요일이면 모든 것을 뒷전으로 하고 온통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토요일 전에 이미 모든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출석을 확인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직접 아이들을 차로 실어 나르는 열의를 보이기도 한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깐 100% 봉사죠. 어떤 때는 아이들에게 제 돈 마저 들여야 할 때도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라며 살포시 웃는다.
“가만히 있어도 손이 혼자서 움직여요. 그래서 음악 선생님이 뭐하냐고 그래요. 이젠 사물놀이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상쇠를 맡은 조원용 어린이(일산교당)의 씩씩한 말이 꽹과리 소리와 함께 더욱 흥겹게 퍼져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