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이맘때면 생각나는 노래다. 그래서일까? 지난 9월부터 난 은혜의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 법회를 마치고 새로운 한 주일을 시작하면서 공부에 바쁜 학생회원에게, 직장과 학교생활에 바쁜 청년과 대학생 교우들에게, 그리고 군복무로 법회를 볼 수 없는 청년들에게도.

시대가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우편으로 주고받는 편지가 없어지는 현실 속에서 나 또한 간편하게 이메일을 보내는 것에 그치고, 그것마저도 잘 되지 않는 자신을 보면서 ‘이러면 안되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나는 감각감상을 모아 은혜의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조그마한 우편엽서로 시작했다. 짧은 인사말과 함께 기도문이 담긴 엽서에 이어 점점 다양한 내용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 주일동안 있었던 일이나 나의 감각감상으로 인사를 나누며 이 편지를 읽는 순간만이라도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지금은 짧게나마 ‘교리! 알고보면 쉬워요!’란 코너를 만들어 교리문제를 내기도 한다.

처음 시작은 순조롭게 하였으나 계속 이어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은혜의 편지를 보내는 시간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교당 행사가 있는 관계로 혹은 교당업무로 혹은 순교와 의식 등으로 꾸준히 하기가 힘들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그리 순탄하진 않지만 그래도 교당식구들의 도움으로 계속되고 있다.

은혜의 편지를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지금 당장 결과를 보기 위함이라는 욕심보다는 정성스럽게 씨앗을 뿌리는 것이란 다짐을 했다. 편지를 받고 법회가 활성화된다는 생각은 급히 이루려는 욕속심이기 때문이었다. 꾸준하게 보내되 이 편지를 읽는 순간만이라도 교당을 생각하고, 대종사님의 말씀을 통해 교훈을 얻고 마음을 다시 챙기며, 교당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기쁜 일도 생겼다. 그것은 오랜시간 법회를 나오지 않던 학생이 교당을 찾아오기도 하고, 재수를 하던 청년도 고3 수능기도에 함께 참석하여 동생들과 정성스럽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직접 답장을 보내주는 학생도 있었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은혜를 나눈다는것, 그 자체가 곧 행복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새 힘을 얻었다.

시간이 없다고 무작정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기보다는 챙기면 챙길수록 되어지는 이치가 있는 것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앞으로의 과제는 학교를 통한 교화로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선요가반 CA시간인 중·고등학생을 위한 교화로 원불교를 알리는 동시에 그들의 맑은 영성을 회복하도록 더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창립을 하는 여수대 교우회인 여원회를 통해서도 나의 꿈은 계속된다. 물론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은혜의 편지도 계속된다.

<여수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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