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세상

"자신의 지위와  권세를 악용해 정당하지 못한
이익을 구하는 사람이 고혈마이다. "

이 장은 대종사께서 원기 20년에 부산남부민 교당에서 법좌에 출석하시어 ‘우리는 고혈마가 되지 말자’라는 제목으로 대중에게 설법해 주신 내용으로 회보 14호에 실려 있다.

대종사께서 닭떼가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닭보다 약한 벌레, 개미 등을 찾아서 먹고 살이 찌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금수(닭이나 개나 돼지 등)들 사이에는 법도 없고 차례도 없이 오직 힘센 것이 모든 패권을 잡고 대대층층으로 저 보다 약한 놈의 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것이오, 또 그 모든 멍청한 금수들은 지혜 있고 앎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서 마음대로 이용하고 잡아먹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모든 금수를 이용하고 잡아먹는 사람들은 그 무엇이 들어서 잡아먹는가?”라는 질문을 하신다.

과연 사람을 잡아먹는 것은 무엇일까요?

천지가 잡아 먹습니까? 귀신이 잡아 먹습니까? 미균이 잡아 먹습니까? 마음이 들어서 잡아 먹습니까?

사람을 잡아먹는 것은 천지도 아니요, 귀신도 아니요, 오직 같은 사람이 들어서 잡아먹는 것이다.

여기에서 잡아먹는다는 의미는 개가 병아리를 잡아먹듯 고기까지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 약하고 어리석은 사람의 피와 땀으로 모은 재물을 강하고 앎이 많은 사람이 빼서 먹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고 간교한 수단을 부리어 자기만 못한 사람들의 피땀으로 모인 재산을 정당한 댓가 없이 재산을 취하는 사람이나 친척이나 친우라 하여 정당하지 못한 의뢰심으로 이유 없는 의식을 구하여 자기만 편히 살기를 도모함을 뜻한다.

우리는 때로 자신이 권세가 있을 때는 그 권세를 이용하여 약한 사람들의 피와 땀을 빼앗아 가고, 자신이 약할 때는 자기보다 나은 주위인연에 의뢰하여 편히 살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권세가 있는 고위공직자가 국민들의 피와 땀을 빼앗아 재산을 축적한다든지 호의호식을 함으로써 국민들의 마음을 서늘하게 했던 일이 있다.

대종사께서는 자신에게 권위와 지위가 돌아올수록 약한 자를 이끌어주고 도와주며, 자신이 약할 때일수록 강자를 선도자로 삼아 약자의 자리에서 강자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진보하여 서로 서로 진화하는 길을 밝혀 주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중을 빙자하여 자기의 의식이나 안일을 도모하는 삶이 아니라 매일 여러 사람을 위하여 이익을 주는 삶이 되어야겠다.

특히 권위와 지위가 있을 때일수록 정당하게 행동하고, 힘이 약할 때일수록 자력을 세워서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세상을 이루어야겠다.

<교수,영산원불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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