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지면서 차가운 기운이 우리 피부에 스며들고 있다. 천지는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고 춘하추동 사시로 변화하고 있으며, 사생 또한 각자의 심신작용 따라 선도·인도·수라·축생·아귀·지옥으로 윤회하고 있다.

우주와 만물의 변화하는 이 이치 따라 우리는 각자 지은 바에 의해 어느 생에는 인도로, 어느 생에는 선도로, 어느 생에는 축생으로 윤회 할 것이다.

그럼 많은 생에 축생보(금사망보)를 받는 사람은 어떤 경우인가? 금사망보를 받을 죄인은 속인에게 보다도 말세 수도인에게 더 많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서 말세 수도인들이 세속적 쾌락에 탐닉하고 수행을 잘못하면 구렁이 몸을 받게 되어 축생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종사께서는 속인들의 죄악은 대개 그 죄의 영향이 개인이나 가정에만 미치지마는 수도인들의 잘못은 정법을 모르고 남을 그릇 인도하면 여러 사람의 다생을 그르치게 된다고 밝혀 주셨다.

낯선 도시의 길거리에서 길을 물을 때, 길을 아는 사람이 잘 인도해 주면 바로 길을 찾을 수 있는데 잘못 알려주면 몇 시간이고 헤매는 경우가 있다. 백장야호의 화두에 나오는 말로서 ‘不落因果’와 ‘不昧因果’가 있다. 백장선사 문하에 한 노인이 와서 말하기를 “저는 과거생에 제자들의 물음에 불락인과라 대답했다가 오백생을 여우의 몸을 받았습니다. 이제 저를 위하여 여우의 몸을 벗어날 법문을 설해 주소서.” 하였다. 이에 백장선사가 “불매인과”라고 대답하여 그 노인이 여우의 몸을 벗고 천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정법을 모르고 남을 잘못 인도하면 자신도 업보를 받게되고 여러 사람도 다생이 그르치게 되므로 수도인의 잘못은 속인보다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도인이 공부·사업 없이 무위도식한다면 여러 사람의 고혈을 빨아먹음이 되기 때문에 수도인이 속인들 보다 죄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수도인들이 먹는 밥 한 그릇과 입는 옷 한 벌이 다 농부의 피와 땀으로 된 것이기에 그 밥과 그 옷을 입고 공부와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만한 죄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도인이 사은의 크신 은혜를 알면서도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다면 개인·사회·국가·세계에 배은이 되기 때문에 그 죄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도하는 우리들은 때때로 반성하고 대조하여 혹 정법을 모르고 남을 그릇 인도하여 여러 사람의 다생을 그르치고 있는지, 아니면 무위도식하고 있는지, 아니면 사은에 배은하고 있는지를 잘 살펴서 죄는 짓지 아니하고 복 짓는 생활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교수,영산원불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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