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단련으로 불보살 인격 이룬다

이 장은 21세(원기19년)에 출가한 덕타원 정양선 대봉도가 총부 식당 공양원으로 수고하던 때에 대종사께서 희망과 용기를 주고 격려해 주신 법문이다.

정양선 등이 식당 고역에 골몰하여 얼굴이 빠져감을 보시고 대종사께서 “괴로운 경계의 단련이 아니면 뛰어난 인격을 이루지 못하리니, 이 뜻을 알아서 항상 안심과 즐거움으로 생활해 가라.”라고 챙겨주신 이 법문에 환희용약하며 피로를 잊고 재미나는 생활을 하셨다 한다.

우리는 경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인과의 이치 따라 일상생활에서 늘 부딪치게 되는 모든 경계(생노병사, 희로애락, 빈부귀천, 시비이해, 염정미추, 삼독오욕, 춘하추동 등)를 잘 다루는 솜씨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경계란 안이비설신의의 6근을 통해 접촉되는 일체현상이라고 좌산종법사께서 밝혀 주셨다. 다시 말해서 경계란 자신과 상관없이 스스로의 속성 따라 기능하고 있는 것인데, 경계를 접하는 주체들의 생각이나 주장 따라 천태만상으로 달리 수용되어 희비나 행불행을 장만해 가는 것이므로, 경계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각자가 경계를 다루는 솜씨 수준이 문제요 경계를 활용하는 공부정도가 문제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괴로운 경계를 원숙하게 다루어서 불보살의 인격을 이룰 것인가?

"괴로운 경계를 대할 때마다
고락의 근원을 알고, 공부심으로 해결해야 한다."



먼저 괴로운 경계를 대할 때마다 진리의 소식(고락의 근원)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경계든지 원인(곡절)이 없는 것이 없다. 그러기에 괴로운 경계를 대할 때마다 당황하지 말고 괴로움이 생기게 된 근원을 잘 알아야 한다. 힘에 과한 일이나 병고에 시달려서 괴로운 경계를 당하게 될 때마다, 힘든 일을 하게 되는 원인과 병마에 시달리게 되는 원인들을 잘 알게 되면 괴로운 경계를 다루는 솜씨 수준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다음은 괴로운 경계를 대할 때마다 삼대력(공부심)으로 해결해야 한다.

경계를 다루는 솜씨가 원숙하면 태풍경계도 미풍으로 그치나 미숙하면 미풍경계도 태풍으로 충격을 받는다. 어떠한 경계가 오더라도 공부심으로 그 경계를 잘 다룬다면 오히려 그 괴로운 경계 단련을 통해 삼대력이 얻어질 것이다. 공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경계가 공부거리요 공부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모든 쇠를 풀무 화로에 집어 넣고 달구고 또 달구며 때리고 또 때려서 잡철은 다 떨어 버리고 좋은 쇠를 만들어 세상에 필요한 기구를 제조하듯이, 괴로운 경계 속에서 진리를 탐구하며 삼대력을 얻어 나가야 범부의 잡철이 떨어지고 정금 같은 불보살을 이룰 것이다. 그러므로 괴로운 경계가 다가올 때마다 원망하지 말고 빨려들지 말고 오직 공부심으로 괴로움의 원인을 잘 알아서 삼대력으로 단련해 간다면 괴로운 경계 덕분에 정금 같은 불보살 인격을 이룰 것이다.

<교수,영산원불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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