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도 성 교사

2학기로 접어든 지 두 달이 다 지나갑니다. 2학기 들어 아이들은 많이 안정되었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별 무리 없이 가을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학교는 여러 가지 학교 행사로 바쁜 일정을 보내야 했지요.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3일간 과별로 전국을 누비는 현장학습을 다녀왔고,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교육청 종합 감사 준비를 위해 애를 다 썼으며, 19, 20일 양일간 우리 학교 가을 축제인 ‘소리모아’ 축제를 준비하느라 여일이 없었습니다.

올해로 14번째를 맞이하는 ‘소리모아’ 축제는 학교가 어려워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모두 실심해 있을 때, 학생들이 선생님들을 위로하기 위해 소박한 공연을 준비했던 것이 그 시작이었죠. 축제의 정신은 그 뒤로도 지속되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의무적인 성격을 띄면서 변질된 듯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축제는 공연 위주의 축제에서 다양한 문화를 제공하는 공연으로, 학생들만 준비하던 축제에서 교사도 참여하는 축제로, 의무적인 축제에서 자발적인 축제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19일 축제 첫 날의 시작은 학교에서 가까운 모래미 해수욕장에서 가진 모래 조각 대회였습니다. 모래 조각 대회는 우리 아이들이 처음 경험하는 대회였고, 창의성과 협동성을 발휘해야 했죠. 썰물로 바닷물이 빠져서 더욱 넓어진 모래미 해수욕장에서 아이들이 조별로 무리무리 모여 배운 대로 밑그림을 그리고, 모래 조각 작품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특히 모래 조각 대회에는 서타원 박청수 이사장님께서 함께 참여하시어 아이들을 격려하였고, 작품 심사도 해주시어 축제를 한층 의미 있게 해 주셨죠.

오후2시가 되자 밀물이 되어 밀려오는 바닷물에 아이들이 만든 모래 작품들이 하나둘씩 무너지고 잠기는 모습을 보고 서운한 마음을 달래며 학교로 돌아와 도서실에서 시화전과 낙엽전을 개최했습니다. 저녁에는 강당에 모든 영산성지고 가족들이 모여 과별 대항 장기자랑을 하며 아이들의 감추어진 끼와 재능을 확인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축제 둘쨋날, 영산대학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실시하는 것으로 모든 축제를 마감하였습니다. 체육대회는 아이들이 늘 좋아하는 학교 행사인데, 축제의 일환으로 시행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많이 피곤하였지만, 새로운 축제의 경험은 우리들을 즐겁게 하였고, 아름답게 물든 나뭇잎과 푸른 하늘을 벗삼아 우리 아이들의 심신을 더욱 맑게 하였으며, 서로 하나가 되어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음 해에 치룰 더 재미있고 수준 높은 축제를 위한 작은 씨앗이 되었죠. 씨앗을 품고 떨어지는 열매처럼, 꽃들처럼.

아름다운 영산의 가을이 더욱 깊어갑니다.

<영산성지고등학교, 예비도무>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