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녀지원서 폐지
전무출신 제도와 함께 검토 필요

최희선 외 99명은 ‘전무출신지원자 심사규칙’ 제3장 제8조 구비서류 조항에 명시된 전무출신 지원시 일괄적으로 제출하는 ‘정녀지원서’를 폐지해 줄 것을 제안했다.

제안자에 의하면 “일괄적인 정녀지원서는 대종사님의 교법정신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며 “정남정녀 규정 시행규칙의 형평성에 어긋나 남녀 평등한 권리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고 “다양한 전무출신제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갖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제기된 여러 의견들 중 주목할만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첫째, 여성교역자의 위기론이다. 김혜신 교무(교동교당)는 “프랑스의 잔다크가 위기를 돌파할때는 영웅으로 찬사를 받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를 되찾았을 때는 마녀로 몰려 사형을 당했다”는 예화를 들며 “초기 여성교역자의 희생적인 삶이 교단 발전의 초석이 되어 그 공로가 높이 평가되고 있는 반면 앞으로 시행될 도무, 정무제도로 인해 여성교역자의 위치와 역할이 보좌 수준으로 축소될 수 있다”고 전제한 후 “정녀제도를 개방하지 않는한 여성교역자는 계속 감소할 것이고, 결국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둘째, 정화단의 재정비이다. 안선주 교무(원광보건대교당)는 “여자정화단은 정녀들에게 소속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대를 향도할 바람직한 정녀의 모습을 창출하고, 정화단 스스로 위상을 높이는 작업과 제도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셋째, 예비정녀지원서제도 등 방법적인 검토이다. 김상중 교무(원주교당)는 “천주교 수녀의 경우 예비지원서 제출 후 10년만에 종신지원서를 내는 제도적 장치가 있다”며 “정녀의 경우 간사생활, 수학기간, 교직 3년이면 10년의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예비정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절충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넷째, 전무출신제도 연구를 위한 특위 구성이다. 박은아 교무(수학휴무)는 “연구 특위를 발족해서 정녀제도를 포함한 전무출신제도의 발전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청회와 정기적인 포럼등을 개최해 지속적인 공감대 형성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가 이상의 내용들을 공론화시키는 데에 만족한다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공감된 의견들이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풀어가는데 얼마만큼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해 아쉬움을 남겼다.

2시간에 걸쳐 진지하고 심도있게 논의된 이 안건은 참석단원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 공유했다. 하지만 사실상 정녀지원서를 폐지하자는 제안에 대한 동의안이나 향후 방향에 대한 합의는 도출해 내지 못했다.

이는 정녀지원서 폐지에 동의를 표명하는 입장과 집행부 및 정화단 관계자간에 좁히기 어려운 견해 차이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즉 제안자, 동의자들의 입장은 일단 정녀지원서를 폐지하고 이후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를 연구, 시행, 점검, 개선등의 과정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자는 것이고, 집행부와 정화단측은 먼저 전무출신제도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와 제도적 장치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정녀지원서 폐지조항을 삭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정녀지원서 폐지문제는 정무, 도무등 전무출신제도와 밀접하게 관련 돼있어 결코 단편적인 문제만은 아닌 듯 싶다. 하지만 시행시기를 떠나서 교단이 안고 가야할 큰 과제임에는 틀림없으며, 변화의지에 바탕한 지속적인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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