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천경
며칠 전, 책상 위에 낯익은 명함이 한 장 놓여있었다.

전 직장에서 근무할 때 자원봉사도 하시고 간혹 상담도 해주었던 교도님이셨다. 연락이 안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이제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잊지 않고 찾아주어 고맙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러나 그 반가움은 잠시뿐 다음날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전화가 왔는데 기부금 영수증을 떼어달라는 것이다. 본인이 적을 둔 교당에서 교무님이 안 떼어줘 할 수 없이 도움을 청했다는 것이다. 곤란함을 표했더니 좀처럼 전화기를 놓지 않는다. 매정하게 끊을 수도 없어 그럼 얼마짜리 영수증을 해주면 좋겠느냐고 했더니 알아서 해달라는 것이다. 그럼 그냥 해줄 수는 없고 단돈 10만원이라도 후원을 하면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조건을 내세웠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전화를 끊고 나니 옆에 듣고 있던 직원이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못을 박아버린다. 순간 “그래. 그렇게 하면 안되지”하고 바로 전화해 죄송하지만 어렵겠다고 통보를 해줬다.

지난 달, 울산의 모사찰 주지가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용 기부금 영수증을 허위로 발급해 24억원 규모의 수수료를 챙겨 구속되었다는 보도가 떠올라 지금 내 행위가 그와 다를 바 뭐가 있겠나 싶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교당에 근무하는 교무들은 이런 일들을 종종 겪는다. 교도라는 이름과 교도의 혈연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아는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이와 같이 기부금을 내지도 않고 기부를 했다고, 또는 기부금은 조금 내놓고선 터무니없이 금액을 부풀려 영수증을 발급해달라고 하는 요청을 받는다. 기부를 한만큼 영수증을 받아 가는 것이 우리 종교인의 올바른 모습일텐데 어쩔 수 없이 어려운 교화를 생각하고 교도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에 간혹 이러한 행위가 벌어지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 국세청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부당 공제사례는 아이러니하게도 육신병을 고치는 병·의원과 마음병을 고치는 종교단체에서 발급된 불법영수증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원불교 교도들과 교무만이라도 낸 만큼만 발급해가고 낸 만큼만 발급해주는 깨끗한 기부문화를 조성해야겠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로 교무와 교도간에 서로 입장이 곤란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죄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교무·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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