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상훈련원이 있는 하섬 전경
▲ 제법성지 ‘일원대도’비
▲ 직소폭포
▲ 인장바위
하늘과 땅이 맞닿아 정말 시원스럽게 뻗은 평야를 내달리다 보면, 저 멀리 만금평야의 끝자락에서 한반도의 무게중심을 맞춘 듯 앉은 산이 시야를 막아선다.
그러나 사람들은 ‘웬 산이야’는 듯, 시야를 가린 사물처럼 사뭇 관심 없다는 투로 우회해서 바다로 바다로만 달려간다. 아니 그 산으로 들어가는 길마저 그리 쉽게 속내를 비쳐주기 싫다는 듯 가늘고 희미하다. 대종사가 9인 제자와 함께 백지혈인을 나툰 후, 조용히 숨어들어 새 회상을 구상했던 제법성지 변산. 내변산으로 가는 길은 그리 조용하다.
지금 부안은 새만금공사와 위도 핵폐기장 유치로 뜨겁게 달아올라 모든 시선이 이 쪽으로 향해있다. 그래서 부안을 거쳐가는 여행이 그리 속 편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만 뺀다면 변산은 갈 곳이 너무 많아, 도대체 어디부터 가야할지 어리둥절할 정도다. 산과 바다와 들이 조화를 이룬 곳.
그러나 우린 먼저 대종사의 성혼이 어린 제법성지를 여행의 목적지로 삼자.
여행의 초입인 변산국립공원 매표소에 들어서면 왼편 산 위로 인장바위가 대종사의 늠름한 기상을 닮은 듯 반긴다. 대종사의 스스로 깨침을 인증했다는 인장바위. 이것을 이정표 삼아 내변산으로 쑤욱 들어서면 이내 제법성지는 오래 사람을 기다렸다는 듯 ‘어이, 여기네’라며 손짓을 한다.
계문을 밟듯 계단을 올라 잠시 땀을 식히고 있으면 산들바람에 실려오는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 멀리에서 찾아온 제자들에게 대종사 “너희들의 신심이 장하니, 내가 똥이라도 먹으라면 먹겠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네, 물론입죠”라며 황급히 밖으로 나가 똥을 가져와 먹겠다는 제자들. 갑자기 “그래, 그래. 그게 참 신심이야”라고 노래하는 매미들의 합창소리가 요란해진다.
고개를 드니 인장바위 위로 흰구름 두둥실 떠간다.
다시 발길을 봉래구곡으로 옮긴다. 마침, 장맛비가 사정없이 퍼부은 끝이라, 계곡물은 한껏 불어있다. 바윗길을 따라 굽이굽이 콸콸콸 쏟아지는 계곡 물, 돌 하나가 서서 물소리를 듣고 앉았다. 고요한 침묵이 물소리에 녹아 마음으로 흐른다. ‘물소리를 듣고있니?’아니 ‘물이 소리를 내고있니?’ 아니 아니 ‘입이 있고, 귀가 있니?’
이제부터 여행은 그리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등산 삼아, 산책 삼아, 여행 삼아 가보는 여행이다.
내변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직소폭포. 특히 비가 내린 다음이라면 지친 심신을 억지로 끌고라도 가봐야 할 곳이다. 봉래구곡에서 약 1㎞가량 떨어진 이 곳을 찾아가는 길은 땀이 흐를 듯 말 듯, 숨이 거칠 듯 말 듯 그렇게 이어지는 길. 풀벌레와 새소리에 물소리가 파묻혀 버리고, 짙은 그늘이 햇빛을 먹어버린, 그래서 더욱 깊어지는 명상의 길.
그렇게 30여분이 지나면 끊였던 물소리가 다시 이어지고, 저 멀리서 날씬하게 잘 뻗은 백설의 몸동아리로 쏟아져 내리는 장관. 직소폭포가 일으키는 물보라와 소리에 시간이 멈추고, 동작이 정지된다. 자연의 요란함은 침묵과 통한다. 마음으로 흐르는 침묵. 그 틈으로 빛이 새어 나온다.


가볼만한 곳
변산은 그야말로 관광 천지다. 변산원광선원을 기점으로 잡자. 15분 거리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먼저 등산을 하고싶다면 직소폭포를 지나, 내소사로 넘어가는 길이 무난하다.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경치구경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내소사. 3시간 가량 소요된다.
또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발자취를 찾고싶다면 제법성지에서 월명암을 지나, 쌍선봉을 거쳐오는 길이다. 제법 가파른 길이긴 하지만 순례코스로는 제격. 5시간 소요.
바닷가 구경도 15분이면 가능하다. 10분, 15분 거리에 변산해수욕장을 비롯 5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특히 최근 고사포해수욕장에서 격포해수욕장까지 해안도로가 생겨 드라이버 코스로는 그만이다. 특히 기괴한 암벽으로 둘러쌓여 천혜의 절경을 이룬 적벽강의 아름다움은 익히 알려진 채석강에 비교될 만 하다. 여기에서 섬 사이로 가라앉는 일몰을 보고있노라면 숨이 멈출 듯.
또 곰소항과 격포항에서 느끼는 바닷가 풍경과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정취를 더할 것이다. 참, 얼마후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새만금의 개펄은 필수 여행코스. 하서면 섶못오거리에서 300m거리에 구암리 지석묘도 지나는 길에 둘러볼만 한 곳.
바닷물이 갈라지는 하섬도 있다. 여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기에 미리 연락을 해야한다. 하섬해상훈련원 063)582-8932. 변산원광선원 063)582-8306.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부안나들목에서 부안읍을 거쳐 격포쪽으로 달리다가 하서면 섶못오거리에서 좌회전, 제법성지까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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