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심을 일으킨 마음공부 훈련

나에게 공부심을 불어넣어 대종사님 경륜의 장으로 안내해 준 것은 정전 마음공부 훈련이었다. 내가 상계교당에서 교도 부회장으로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을 때였다. 상계교당을 찾은 장산 황직평 종사님과 박선태 교무님은 그 동안 까닭 있는 교리공부에 들어가지 못했던 나의 눈과 귀를 활짝 열어주셨다.

두 분의 정전 마음공부 훈련은 ‘왜 원불교에 다니는가?’ ‘왜 마음공부를 해야 하는가?’ 그리고 ‘대종사님의 용심법은 언제 사용해야 하는 공부인가?’ 등등의 질문을 한꺼번에 해결해 버린 속시원한 훈련과정이었다.

이 훈련과정을 거친 몇 몇 상계교당 교도들은 정전 마음공부 훈련의 산실인 수계농원의 훈련과정에 임하기까지 집중적인 훈련을 받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교리에 의문이 생길 때면 다시 한번 정전을 펼쳐서 정독해 보는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교당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항상 마음공부를 놓지 않는 자세를 갖추게 되었다. 내 마음을 어지럽혔던 수많은 경계들이 내 마음을 잘 챙기기만 하면 모두가 참마음을 찾게 해 주는 공부의 재료가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이후에 프랑스 파리교당에서 교리공부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때, 그리고 현재 화정교당의 남자 교화단회에서 마음공부를 이야기할 때, 내 나름대로 원불교 교리의 참뜻과 대종사님 경륜을 역설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이 정전 마음공부 훈련에 열심히 임한 덕분이리라.

모든 종교들이 까닭 있는 교도, 공부하는 교도, 무엇보다도 신앙심 깊은 교도들을 많이 배출해 내기 위해서는 훈련을 강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나는 감히 주장하고 싶다. 일요일 법회에 충실하게 임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시간 남짓한 법회시간만으로는 정전에서 대종사님이 강조해 주신 교당 내왕 시에 주의해야 할 문답·감정·해오의 세 가지를 제대로 실천하기는 매우 힘들다. 평소에 '왜 내 마음이 요란해질까, 어리석어질까, 글러질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다가 그 까닭을 교무님께 묻고 스스로의 생각을 감정 받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다시 생활 속에 나서서 그 깨달음을 적용해 나가는,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의 순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면 교도들의 신앙심은 얕은 단계에 머물러 버릴 우려가 큰 것이다.

더 길게 보아서는 적어도 1년에 한번씩 며칠 동안이라도 큰 스승님을 모시거나 혹은 큰 선방에 들어가서 정기훈련의 모든 과목을 실천하는 진리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마음공부의 체를 제대로 추스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마음공부의 체가 잡히지 않으면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쳐 오는 경계들을 공부재료로 삼으며 스스로의 참마음을 챙겨보는 대종사님의 용심법을 활용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임은 불문가지이리라.

<화정교당 교도회장·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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