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원광모자원 푸드뱅크 사업

심각한 음식물 찌꺼기
버려지는 음식물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렇게 남은 음식물을 이웃과 조금만 나눈다면 배고픔을 이겨내고, 지구환경도 훨씬 좋아질텐데…

이 두가지를 동시에 실현하는 사업이 있다. 전주원광모자원에서 부설로 운영하는 푸드뱅크 사업.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남은 음식물을 수거해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주는 ‘음식물 나눔 운동’이다.

“음식물이 남았다고 하면 어디든지 즉시 달려갑니다. 그 곳은 빵집이기도 하고, 떡집이기도 하고, 혹은 학교급식도 있죠. 어차피 버려질 성한 음식을 가난한 사람에게 줘보세요. 얼마나 감사하겠습니까.”

“제 팔뚝 굵어진 것 보세요”
전주원광모자원장 유묘원 교무는 “음식을 가져가라”는 전화가 오면 즉시 1톤 냉동탑차를 몰고 어디든 달려간다. 어떤 때는 큰 식품회사에서 양념을, 또 어떤 때는 구멍가게같은 조그만 빵집에서, 또 멋모르는 사람은 집안에서 남은 음식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웃을 생각하며 주는 그 마음이 고맙다는 것이다.

“제 팔뚝 굵어진 것 보세요. 푸드뱅크를 하면 힘이 세져요”하고 팔뚝을 내미는 오영아 사무국장(서신교당)의 모습에서 일이 얼마나 힘든지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노인이나 어린이 등 어려운 이웃이 가져다 준 음식을 맛나게 먹고 힘을 낼 때면 이런 고생쯤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현재 원광모자원에는 유 원장을 포함해 전도심 상담원(효자교당) 등 4명의 여자 직원이 근무하면서 푸드뱅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중 1명은 야간 경비를 맡기에, 실질적으로 3명이 근무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화가 걸려오면 원장이던 직원이던 관계없이 시간나는 사람이 냉동차를 몰고 출동하고, 또 야간이나 휴일에는 더욱 유 원장의 일손이 바빠진다.


상한 음식 나눠 줄까봐 신경
“밤 10시가 넘어서 두부집에서 전화가 와요. 그런데 장사가 안되어서 그날 만든 두부를 그냥 다 줄 때가 있죠. 그럴 때 얼마나 미안하고, 가슴이 아픈지 몰라요.” “어떤 빵집에는 그 주인이 빵을 주면서도 늘 미안해해요. 따끈 따끈한 빵을 어르신들한테 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는 거죠.”

이렇게 고마운 마음으로 가져온 음식중 물렁물렁한 것은 노인시설에, 학교급식에서 나온 짜장은 어린이 시설에, 양과 종류에 따라 장애인·비인가 시설과 홀로 사는 이웃 등 3백여 가구에 골고루 나눠준다. 그런데 이렇게 음식을 나눠주면서도 신경이 더 쓰인다. 그럴리는 없지만 혹 상한 음식이 있어 배탈이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 수요자 보다는 기탁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간곡히 당부하기도.

5년전 전주에서 처음시작
유 원장이 푸드뱅크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5년 전인 원기73년도. 전주지역에서 처음으로 푸드뱅크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가 돕고 있던 의지할 곳 없는 20여 저소득 모자가구에 혜택이 돌아갈까 해서였다. 그것이 점차 확대되어 모든 가난한 이웃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사랑의 전령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젠 음식을 담아놓은 박스만 봐도, 그 종류와 숫자를 맞출 정도가 됐다.

푸드뱅크을 하면서 에피소드도 많다. “어느 가정주부가 전화를 했어요. 방문해 보니, 시골에서 가져온 떡과 음식이었죠. 그런데 그걸로 누구 입에 붙이겠어요. 그래도 고맙다고 인사를 하곤, 다음에 다시 그릇을 깨끗이 씻어서 가져다 드렸죠. 이런 분들이 인식이 되면 모두 우리 후원자가 되지 않겠어요.”


사업자에게 세금 감면 혜택도
또 어떤 때는 차를 몰고가서 빵 한 봉지 달랑 들고 오기도 했다. 그야말로 기름값도 안나오는 밑지는 장사다. 그렇지만 불러주는 것만도 고맙다. 유 원장은 “받아올 때 보다는 줄 때가 그래도 흐뭇하고 행복하다”고 지난 일을 회상하며 되뇌이기도.

그리고 그는 “푸드뱅크사업은 외국에서는 활성화되어 있고, 사업자들이 푸드뱅크를 잘 활용하면 일정액의 세금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면서 “남은 음식이 있으면 언제든지 (국번없이)1317로 전화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