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의 최면분석 중 7회부터 9회까지 3회에 걸쳐 부모님의 부부 싸움 장면에 대한 것이 회상되었다. 이 때의 감정을 묻자 환자는 “불안하고 짜증난다, 모든 것이 싫고 답답하다, 미워서 싸운다고 생각했다, 희망이 없고 그런 내가 싫다”고 답했다. 이 회상을 성인이 된 입장에서 다시 관찰한 후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어 치료를 종결하였다.
정신분석에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중요시한다. 실제 사건의 여부뿐만 아니라 어린이가 그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하는 것이 성장 후 정신건강과 관계된다. 어린이들은 자신의 수준에서 사건을 인식하기 때문에 왜곡되게 인식할 가능성이 많다.
모든 부부는 싸우면서 산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한 집안에서 자란 형제들도 성격이 전혀 다른 법이다. 하물며 다른 집에서, 다른 풍속으로, 다른 교육을 받으며, 다른 음식을 먹고 자란, 성이 다른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마음을 맞춰 잘 살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애당초 잘못된 생각이다.
부부싸움을 사랑싸움이라고 하고 칼로 물베기라 하지만 어린이가 볼 때는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느낌일 수 도 있다. 아이들은 그 싸움의 원인도 모른 채 단지 싸우는 광경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부모는 자기 세계의 전부다.
그래서 이 환자도 무력하고 답답하고 자신이 싫다는 자기 혐오감까지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환자를 치료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아무리 경황이 없는 부부싸움일지라도 먼저 자식들을 생각해야 한다. 자식들이 왜곡되게 인식하고 이것이 후에 성장하여 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에…
<원광대병원 신경정신과>
김도연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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