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응철 교정원장
총부에 사는 즐거움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 종소리를 듣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범종의 우웅우웅하고 멀리 울려 퍼지는 소리에 귀기울이다 보면 너그럽고 웅장하며 조용한 부처님의 품에 안기는 듯 하다.

한 교도님이 교당에서 법회를 볼 때에 경종소리를 듣는 것이 제일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경종소리의 맑고 웅성깊은 한없는 여운을 듣다보면 머리에 묻은 때가 다 정화되는 듯하며 무명에 가린 어두운 안개가 싸악 걷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나도 교당에서 봉직할 때는 경종소리에 심취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쳐 보라”고 하며 그 울림의 메아리를 깊이 청취한적도 더러 있었다.

어린시절, 교회에서 땡그랑 땡그랑하고 울리는 종소리는 웬지 새벽의 차가움을 더해 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절집의 범종은 그 맛이 푸근하고 따뜻함으로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풍물패들이 울리는 꽹과리 소리가 교회의 종소리와 같다면 범종은 징소리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내가 영산에서 근무할때, 어떤 교도님이 화분 하나를 가져와서 "소심난이며 노르스름한 하얀꽃이 피니 잘 키워서 꽃이 피면 초대하라"는 등 기르는 방법등을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나는 여러번 난을 죽인 일이 있지만 그 교도님이 정성이 너무 고마워 받아서 길러 보았다.

그런데 여러날이 지났을까, 며칠동안 출장을 다녀온 새벽에 선실에 가려고 응접실을 지나다가 그 여리고 은은한 향내를 맛게 되었다. 살펴보니 가난하게도 딱 두송이의 꽃이 피어 있었다. 지금도 그 향내가 나의 코 끝에 머무는 것만 같다.

나는 가끔씩 서투른 묵화를 치면서 순백의 화선지위에 연한 먹빛이 번져가는 모습을 조용히 응시하다가 신비로움 같은 것을 느끼곤 한다.

화사한 색깔, 강한 소리, 짙은 향기 보다는 은은한 소리, 빛을 머금은 색깔, 은근한 냄새가 더 큰 여운을 남기고 사람들의 영혼을 맑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강력하고 견고함이 남성적이라면 유약한 부드러움은 여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면 여성적인 것은 종교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노자는 “남성적인 것을 알고 여성적으로 지키면 천하의 인심이 돌아온다”는 말을 하였다.

노자님이 격조높은 달인의 모습을 제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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