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나를 진급시켜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들과 얼굴을 마주하면서 살아 온지 10년.

상담과 기획을 하다가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은 직업재활업무다. 10년을 결산하며 새삼 느낀 것은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왔던 이 기간 동안 그들에게 준 것보다 오히려 얻은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10년 전의 내 모습과는 다른 진급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직업재활 훈련생들은 평균 생활연령이 25∼30세 이지만 정신연령은 4∼7세정도의 수준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특성이 다양하여 어느 누구를 못한다·잘한다 평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고집이 세고 응용력이 없기 때문에 머릿속에 입력된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 해도 고치기가 너무 어렵다. 한번 잘못된 생각을 돌려주기에는 반복훈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교사들의 정성과 끈기와 인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장애우도 본래성품은 같아

어떤 이들은 밥이 남으면 반찬을 더 갖다 먹고, 반찬이 남으면 밥을 더 갖다 먹는다. 밥과 반찬조절이 잘 안되다 보니 지나치게 먹어 숨을 못 쉬는 정도가 되어 교사들을 가끔 당황하게 만들곤 한다.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이다. 그러나 그렇게도 많이 먹은 점심이 언제 다 내려갔는지 3시만 되면 사무실을 기웃거리며 “오늘 간식은 뭐예요?”, “오늘은 간식 안 줘요?” 하며 간식을 요구할 때면 허망한 마음이 들곤 한다.

또 일요일이면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온 시내를 돌아다니며 지하철 1∼8호선의 정류장 이름을 하나도 빠짐없이 순서대로 외우는 친구가 신변처리에 문제를 일으킬 때도 있다. 출근하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자다가 밥과 간식 시간은 정확히 지켜, 먹고 나서 작업을 하려면 또 엎드려 자는 친구·좋아하는 여자친구와 데이트 도중 애인 앞에서 폼 잡으려고 초등학생 지갑을 뺏고 으시대다 경찰에 신고당한 친구·잘 타고 다니던 버스를 거꾸로 타고 종점까지 가서 방황하다 연락이 와서 귀가 조치한 친구 등… 야단도 치고 얼러도 보고 협박도 해본다. 그러면서 내 마음에 요란함이 일어날 때마다 모든 사람의 성품자리는 하나라는 교법을 되새기며 영주를 외우거나 일원상서원문을 외우면서 경계의 마음을 돌리곤 하였다.

자력없는 장애우들이
부모님 사후에 살아갈 공동체
'그룹홈'과 '작업장' 설립 염원


노력하면 사은님의 감응이

요즈음 그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어떻게 하여야 하나’하는 걱정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부모님들 사후에 그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공동체인 ‘그룹홈’과 ‘작업장’을 설립하는 문제가 항상 내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 부모들을 독려하여 함께 머리를 짜내고는 있으나 이곳 부모님들의 경제적인 여건이 좋지 않아 많은 부담이 되고 있다.

오늘도 50여명의 (덩치만 큰 아이들인) 훈련생들… 그들의 미래에 대해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입장이지만 어떠한 일이든 지극 정성으로 노력하면 사은님의 감응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씀을 되새기면서 ‘그룹홈’과 ‘작업장’ 설립을 염원하는 기도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강남교당 /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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