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위해 관심이 적어지는 사이에
당신의 자녀는 위기를 맞게 된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법당에서 나오자 여자교도 한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에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이른 새벽에 찾아온 내막을 물었더니 “잠도 안 오고 먹을 수도 없다”고 하며 더욱 고개를 떨구었다.

그 교도는 시골에서 살다 부군을 잃고 일거리를 찾아 작년에 이사를 왔다고 했다. 이사를 와서 생활대책으로 찾은 일이 채소를 판매하는 장사였다. 자식을 위해, 먹고살기 위해 온통 장사에 매달리고 있는 사이 딸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퇴학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딸아이는 남자 아이들과 외박하기일쑤고 본드에 약물까지 손을 대고 있다고 했다.

“우리 딸 어떻게 하면 마약에서 빠져 나올 수 있어요, 구원해 주세요.”

애원하는 어머니에게 딸아이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머니를 따라온 아이의 상태를 보니 약한 몸에 눈은 촛점을 잃고 있었다. 쉽게 치료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일단 병원에 입원시키자고 했다.

어머니는 장사일 때문에 망설였다. “장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 치료가 더 중요하니 어서 입원시키고 어머니가 옆에서 치료에 정성을 다해보자”고 했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아이는 열흘만에 퇴원을 했다. 퇴원한 아이를 집에 보내지 않고 교당에 있게 하였다. 교당으로 온 아이는 온 종일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는 아이에게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말을 법신불 사은전에 이야기 해 버리면 마음이 트일 것이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를 시작한지 3일이 되니 아이는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일주일간 교당생활과 기도생활을 하고 나서 집에 돌아갔다. 집에 가서도 기도는 계속할 수 있도록 지도한 결과 교당의 학생법회도 참석하고 학교도 정상적으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새 환경에 적응하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부모가 생계를 위해 자녀에게 관심이 적어지는 사이에 자녀는 위기를 맞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박명제 교무<영광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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