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내렸다. 수해복구 현장과 아울러 우리나라 정치권도 바빠 보인다. 전세계적인 기상이변과 아울러 국내의 여러 정치변화들을 보면서 성리공부는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동안 수행자나 종교인은 일반인들에게 있어 현실문제에 무기력하거나 아니면 현실에 대한 어떤 지혜를 가진 사람들로 보여지는 측면이 있어왔다. 그래서 선거철이 되면 가끔은 언론에 안목이 있어 보이는 일부 수행자나 종교인의 인터뷰 기사가 실리기도 하였다.

복잡한 현실문제에 대해 혜안을 갖기란 쉽지 않은데 그들이 어떻게 자기 나름의 안목을 갖추게 되었는지는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는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정치와 성리공부를 살펴보도록 하자.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바쁜 모습이다. 여야의 대립이 치열하고 대선주자들을 비롯한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행보도 바빠졌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선거전략을 짜고 대중의 인심을 얻어나가는 정치는 대소유무로 건설되고 시비이해로 운전해 간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사리연구공부를 하기에는 좋은 대상이다.

대체적으로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나 자라온 지역의 주된 정치적 관점이나 학연 혈연과 같은 여러 인연들로 인해서 갖게되는 정치적 견해를 뛰어 넘는 열린 마음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평소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연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도 정치에 관련된 문제만큼은 자신의 견해를 고집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정치에 관한 일반인들의 생각은 경우에 따라서는 그 뿌리가 아주 깊어 종교보다도 더 심층적인 의식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면에서 수행자는 만약 자신에게 어떤 고집된 견해가 있다면 한번쯤은 자신의 그 견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반조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자신의 사고가 구축되게 된 전 과정을 검토해 보면서 자신을 새롭게 재발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에 분별 주착이 없는 우리의 성품에서 한 생각이 발현하여 주위의 인연과 결부될 때 그 생각은 강화되어 하나의 사고의 틀을 형성하게 된다.

그 후 그 생각에 국집하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모든 정보를 취합하면서 여러 문제를 판단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사고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사고의 세밀한 진행과정을 잘 알아 온갖 번뇌의 근원을 추적하여 제거해 가는 것이 마음공부의 첩경이고 성리공부의 바른 길이 된다.

옛 부처님 한 분이 12연기의 전 과정을 역으로 깊이 성찰하여 부처가 되었다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경전은 물론이지만 근자에 인도출신의 크리슈나무르티는 이런 방면의 고수로서 사고의 전 과정을 성찰함으로써 자신을 새롭게 뒤돌아보게 하는 대담록을 많이 남겼다. 그러나 경전과 어록을 비롯한 깨친 이들의 말과 글은 논리적이다가도 성품의 언어도단한 측면을 설명하면서 갑작스럽게 논리를 초월하는 면이 있기에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많다.

자신의 사고체계가 형성되게 된 전 과정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여러가지 국집된 견해를 타파함으로써 수행자는 사리간에 강호의 복잡다단한 여러 사안들에 관해서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게 된다. 소태산 대종사의 “사상(四相)만 떨쳐버리면 부처”이고 “성리를 주물럭 주물럭 할 수 있어야 인과에 밝아진다”는 법문은 아마도 이를 두고 말씀하시는 것이리라.

수행자로서 우리는 지역감정이나 학벌에 대한 우월의식과 같은 자신의 국집된 견해를 뛰어 넘어서 국한 없이 터진 진리의 세계에 나아가기를 염원하는 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을 보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유연한 사고로 진리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나가야 되겠다.

<교무,경남교구 와룡산 수련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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