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할머니, 일어통역 자원봉사

"언제 또 월드컵이 열리겠어요?" 월드컵 일어통역 자원봉사로 나선 순타원 박원흥 교도(76세, 마포교당). 고희를 넘긴 박 교도는 월드컵 축구대회 60대 이상의 자원봉사자 324명(전체 2%) 가운데 한 사람이다.

"젊은이들보다 기동력과 순발력은 좀 떨어지겠지만 그동안 쌓아온 토대로 월드컵을 훌륭하게 치러내는데 조그만 보탬이 되고자 하는 염원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박 교도는 2000년 3월 월드컵 자원봉사자 모집공고를 보고 일찌감치 신청을 해 신청인 4만8천여명 가운데 최종 선발자 1만6천2백명에 뽑혔다.

그동안 몇 차례의 전문 교육과정을 마치고 서울시 산하 새서울자원봉사센터에 소속되어 지난 달부터 광화문 홍보관에서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내외국인들이 몰려들어 이들에게 일본어 통역과 안내를 맡고 있는 박 교도는 이 일을 하는 금요일이 가장 보람있는 날이라고 털어놨다.

"몇 차례에 걸쳐 통역 전문 교육을 받았지만 일제시대 소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일어실력과 노인대학에서 열리는 일어 강의를 듣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박 교도는 서울시의 역사·문화·지리 등을 일어로 익히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했고, 서울시에서 받은 4백쪽이 넘는 안내책자 3권을 시험공부하듯 노트에 정리하며 외웠다.

"오랫동안 살아온 서울이지만 알아둬야 할게 너무나 많다"며 웃는 박 교도는 "유창한 통역은 못하지만 편안하고 정감이 있어서인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박 교도가 교당과 복지기관에서 자원봉사를 해온지도 오랜세월, 자원봉사 전문인이라고 할만큼 봉사와 헌신이 몸에 배어있다. 목욕봉사·급식봉사·치매노인 말벗봉사·어려운 이웃 가정 도우미·장애아 돌보기 등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고 있다.

"봉사는 자기 마음에서 솟아나야 합니다. 물론 육체적으로는 힘이 들지만 정신적인 행복과 보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박 교도는 원기37년에 입교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롯하고 모범된 신앙생활을 해오고 있으며, 1남3녀의 자녀중 송정심 교무(원광여자고등학교)를 전무출신 시켰다.

"자원봉사를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젊어진다"는 박원흥 교도. 오늘도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위해 봉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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