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님, 오늘 학교에서 운동을 했더니 너무 피곤해서 쉴래요!”

“야, 안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피곤한 척(?) 하며 아이들은 벌써 내 침대 이불속으로 들어가서 눈을 감고 있다. “여기는 신성한 교무님이 자는 곳인데 냄새나는 그 발로 어떻게 여기서 잠을 잘 수 있냐?”고 하면, 따지듯이 “침대는 잠을 자라고 있는데 교무님은 지금 안자고 있고 저는 피곤하니까 침대는 저를 원하고 저는 침대를 필요로 한단 말이예요” 한다. 또 내가 뭐라고 하면 아이들도 끝까지 지지 않고 말대답을 하면서 어느새 잠이 들어버린다.

청소년실이 따로 없는 교당에서 내 방은 학생법회 날은 학생실, 청년 법회날은 청년실, 또 일반 교도님들의 응접실로 사용되어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들어오는 학생들은 당연히 내 방이 자기네 방인 것처럼 책가방을 부려 놓고, 그 가방은 몇 시간 씩이나 주인이 찾아갈 때까지 내 방에서 주인을 기다린다.

법당을 지나서 생활관으로 들어오는 첫 방, 부엌옆에 딸린 겨우 한평이 조금 넘는 방. 책상과 침대 그리고 작은 옷장이 차지하는 공간을 빼면 겨우 세 사람으로도 꽉찬다.

토요일 12시부터 교당에 와서 죽치고 있는 아이들은 이 조그만 공간에서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까르르거리고 일주일 동안 살았던 이야기를 하다가 피곤하면 잠도 자고. 그래서 교당은 이들의 아지트다. 학생회원인 친구 인연으로 교당에 왔다가 교도가 된 얘들이 여럿이 된다. 원불교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 원불교가 뭔지도 모르는 애들한테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면 “야 교당으로 와” 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교무님”이라는 호칭도.

그렇게 놀다가 법회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앉아서 같이 마음공부도 한다. 끝나면 맛있는 라면도 한 그릇 같이 먹는 행운도 얻고… 사배하고 독경하기가 쑥스러워 하는 학생에게 “야 법회보자” 하면 “교무님 법회는 안 보면 안돼요?” 하던 얘가 처음에는 법당 쇼파에서 구경만 하더니, 이제는 감각감상 발표도 제법 잘한다.

청소년실이 따로 없는 것이 학생, 청년 그리고 교도님들과 가까이 만나게 되는 인연이 되어 좋다. 교당은 늘 편안한 곳, 그래서 자연스럽게 찾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수정 교무 / 춘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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