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맛있게 드세요”

"이 일은 원불교가 해야 안심이 된다"
군청직원 말, 영월교당 신뢰도 지표

동강 가는 길목
강원도 영월, 재작년 동강댐 저지 운동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곳. 영월교당은 동강 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영월읍을 벗어나 다리를 지나면 어린이집과 교당이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다.

무료급식의 현장
이곳은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가 되면 어르신들의 낙원으로 변한다. 양월교당에서 제공하는 무료급식날이기 때문이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당으로 향하고, 봉고차가 왔다갔다 하면서 이들을 부지런히 모셔온다.

벌써 소법당 한켠에는 식사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날 메뉴는 비빔밥. 80인분의 비빔밥을 준비하고 기다리던 김성희 교무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상냥하고 부드럽게 인사하는 김 교무의 모습이 정성스럽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모두들 내 집처럼 편하게 자리를 잡고 식사를 기다린다.

“오늘은 메뉴가 뭔고?” 어느덧 소법당에 어르신들이 가득찼다. 맛있게 식사를 하니 후식으로 수박이 나온다. “부족한 것 없으세요? 맛있게 드셨어요? 오랜만입니다. 처음 오셨나봐요.” 한편으로 어르신들을 보살펴드리고, 또 한편으로 처음 오시는 분들까지 일일이 챙겨주는 김 교무의 모습에서 산 불공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 와중에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돌려놓고, 가시는 어르신들의 손을 꼭 잡아드리면서 한번 더 안부를 챙겨드린다.

“내 자식이라도 더 잘하지는 못할 거예요”, “우리 교무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예요‥선녀”라며 눈물을 보이는 할머니도 있다. 어르신들에게 김 교무의 정성이 전해졌나보다. “원불교에서 한다고 해서 왔어요. 법당에 참배할께요”라는 할머니부터 “지난 주에는 어디 갔었어?”하고 투정(?)하는 할아버지도 계시다. 그만큼 김 교무는 지역사회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벌써 11년째인데다 그 동안 영월 지역사회를 위해 의료봉사를 여러 차례 실시했고, 교정위원, 소년소녀가장 돕기 사업을 꾸준히 펼쳐왔다.

무료급식 사업도 사실은 영월군청에서 권유해 시작했단다. 재작년 11월이니 2년이 가까워온다. 다른 단체에서 자원했지만 군청 담당자가 “원불교에서 해야 안심이 된다”고 해서 기꺼이 맡았다고 한다. 1인당 2천원의 지원비가 나오지만 모자라기 일쑤이다. ‘최고로 좋은 재료로, 가장 맛있게 대접한다’는 김 교무의 생각 때문. 그래서 메뉴도 육개장·만두국·닭개장·미역국·오뎅국·콩국수 등 다양하다.

“지원이 없더라도 해야 할 사업인데 지원까지 해주니 고마울 뿐이죠. 원불교의 이미지를 지역사회에 확실히 알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김 교무의 모습에서 교화를 향한 간절한 염원을 엿볼 수 있다.

헌신적인 자원봉사팀
무료급식에는 자원봉사 팀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0여명이 돌아가면서 봉사하고 있다. 설거지는 물론 법당 청소까지 깔끔히 마치고 갖는 커피타임. 모두 뿌듯함이 가득했다. 어린이집 자모로 입교해 팀장을 맡고 있는 안묘경 교도는 “정확한 인원을 예측할 수 없어 힘들지만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고 말했다. 엄명자 씨는 “저는 금요일이 기다려져요. 다른 약속도 다 미룬답니다”고 말할 정도다.

“군청에서는 매일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힘에 벅차서 못하고 있어요. 교도들이 많으면 가능할텐데요”라고 김 교무는 밝힌다.

신앙심 불어넣는 어린이집 교육
김 교무는 교도가 20여명 밖에 없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지 못해 늘 아쉽다. 96년 개원한 어린이집은 마음대조에 바탕한 인성교육과 에어컨까지 갖춘 시설, 최상의 식사,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미 지역사회에 확고한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교화는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김 교무는 어린이들에게 아침마다 법당 참배, 영주, 법회 등으로 신앙심을 심어주는데 노력한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박진명 부교무가 큰 힘이 되어준다.

특히 마음대조공부는 영월어린이집의 자랑이다. 이 공부를 하면서 교사와 어린이들이 확실히 달라져 더욱 자신감이 생겼단다. 올해는 교사들과 어린이들의 일기를 모아 ≪우는 마음 웃는 마음≫이란 책을 펴냈다.

김 교무는 이 모든 활동이 눈앞에 성과를 맺지는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열매맺을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교화·교육·자선의 3대사업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붇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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