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성 교사

저희 학교는 7월 14, 15일 진도청소년수련관에서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행사인 해양훈련을 다녀왔습니다. 해양훈련은 한 학기 동안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느라 지친 심신을 달래고 바다 속에서 호연지기를 기르며, 여름방학동안 생길 수 있는 물놀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행사입니다.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보트와 카약을 타며 넘실대는 바다를 지쳤으며, 밤에는 춤추고 노래하면서 하나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함께 배를 타며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한 학기의 끝 행사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물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문득 허전하고 서운함을 느꼈습니다.

새 학기를 맞이하며 새 출발을 다짐했던 신입생들과 재학생 중에 신나는 해양훈련에 참여하지 못한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교를 왔다가 간 아이들이 누구지, 누구지? 하고 떠올려보니 꽤 많은 아이들이 학교를 떠났더군요.

입학 후 가장 먼저 가출과 귀교를 반복하다 끝내 가출하고 돌아오지 않는, 춤 잘 추던 수정이. 입학하기 전 7개월 동안 매일 컴퓨터 게임에 빠져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던 중, 입학 후 일과를 지키기 위해 무진 애를 쓰다가 내년을 기약하고 나가버린 승현이. 자폐적인 성격으로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성철이. 참 착한 아이였지만 손버릇이 좋지 않아 물의를 일으키자 나간 동식이. 대학 갈 꿈을 안고 왔다가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스님이 되겠다며 자퇴한 동진이. 친구들끼리의 마찰로 휴학한 향진이. 그리고 위탁교육을 나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휴학을 한 효주와 종신이. 과락과목이 너무 많아 내년에 새로 3학년을 다니려고 휴학한 보희와 용호. 전학 와서 하루만에 나가버린 영은이.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전학을 간 준이. 학교를 무작정 나가 장기결석 중인 정승이, 종헌이, 유진이, 필건이, 세종이, 진이, 현문이, 동준이와 지은이가 있습니다. 약 20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났거나 떠나있는 상태입니다.

비록 수시 모집으로 전출입이 비교적 빈번하다 하더라도, 학교를 떠난 아이들의 사연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이 아이들을 다 어찌할 것인지… 이 학교를 마지막으로 알고 찾아온 아이들인데, 또 다른 길을 찾아 방황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울적하고 착잡해집니다. 아니, 이 아이들은 도리어 이 아이들을 품어 안을 수 없었던 저희 학교 대안교육의 질적인 깊이와 넓이의 한계를 대신 말하여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아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언론을 통해 실제보다 훨씬 좋게 포장되어 알려진 저희 학교의 허상과 거품을 드러내고 있는 듯 합니다.

이제 기말고사를 보고 나면 여름방학입니다. ‘이름이 크고 내실이 적으면 뒤에 가히 볼 것이 없으며, 최후 승리는 오직 실력에 있다’하신 정산종사님의 말씀을 새기며, 하선(?禪)에 들어가듯 일념 정진으로 여름방학을 맞이하렵니다. 그래서 아름답고 달콤한 열매를 위해 뙤약볕을 마다하지 않는 과실수처럼, 대안교육의 길이 비록 멀다해도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디디며 나가고 싶습니다.

<교도, 영산성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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