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내적 성숙 기반으로 밖으로 미래로 사회로 세계로

▲ 박광수 교무 /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 "시대 변화에 맞는 정체성 확립 필요"
▲ 김학인 교무 / 중앙박물관장 / "의식문화와 생활문화 어울리는 문화창출하자"
▲ 윤금희 교도 / 영산원불교대 사회복지학 교수 / "교당을 개방해서 지역주민들과 밀착한 복지사업 전개해야"
▲ 박성기 교무 / 원광대 도덕교육원 / "해외교화를 교단초기 역사를 재현해야"
▲ 이세운 교무 / 원광학원법인사무처 / "자립경제 확립을 위해서는 과학적인 경영전략 필요"
▲ 유용진 교무 / 본지편집국장. 사회 / "내면이 살아나는 방향을 다함께 모색하자"
사회: 左山종법사께서 교단 3대2회 표어로 ‘밖으로 미래로 사회로 세계로'를 제창하고 이어 교단 5대경륜으로 정체성 확립, 원문화 창달, 복지사업 전국화, 세계거점 점지, 후원 및 자립경제 확립을 제시했다. 이에 본사에서는 지난 3월부터 그 실천방안을 5회에 걸쳐 연재했다. 오늘은 본지 창간 32주년을 기념, 교단 5대경륜 실천방안을 어떻게 실천할 것이며, 실천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체성 확립

사회: 먼저 정체성 확립의 과제이다. 정체성의 개념부터 시작하자.

박광수: ‘밖으로 미래로 사회로 세계로’를 실현하기 위한 첫 경륜으로 정체성 확립을 둔 의미와 배경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원불교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것인지, 확립은 됐는데 흔들리고 있는 것인지, 현재에 적합한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본인은 둘째와 셋째라고 본다.

김학인: 탁석산씨는 ?한국인의 정체성맨이라는 책에서 정체성은 과거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불교의 정체성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박성기: 처음 출가했을 때는 우리가 신종교냐 사이비종교냐 하는 것이 고민이었다. 최근에는 불교냐 불교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하나님 신앙이나 부처님신앙이 밑바닥에서 형성됐듯 우리도 일원상신앙을 뚜렷히 한다면 우리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김학인: 우리는 배타적이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창조적 몸부림이 필요하다.

윤금희: 진정한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일원상에 대해 학문적·실천적 근거를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세운: 일원상에 대한 교리적 접근에 있어 고유함이나 독특함을 강조하다보면 규격화 표준화되어 부작용이 생기기 쉽다.

박광수: 주체성이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정체성은 변할 수 있다. 흔히 우리를 무주체가 주체라고 한다. 어떤 것과도 터놓고 회통할 수 있다는 뜻이니 오히려 여기에 세계화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근원적인 교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류에 편승하는 경향이 있다. 21세기 급변하는 상황에 맞게 중심교리도 정체성을 잡되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세계사상의 섭렵을 통한 비전의 제시가 필요하다.

박성기: 개교 당시 원불교는 일원주의라는 주체성을 가지고 동서양의 문화에 대해 창조적 대응을 했다. 현실에 부딪히는 문제를 일원주의로 적용해석해 내야 정체성이 확립될 수 있다.

박광수: 흔히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호국불교와 회통불교라고 한다. 원불교는 교리적으로는 일원상, 세상사람들에게는 일원상진리라 말할 수 있도록 풀어주어야 한다. 대종사의 일원주의, 정산종사의 삼동윤리, 대산종사의 하나의 세계, 좌산종법사의 하나로 만들자라는 법문은 호소력이 있다

원문화 창달

사회: 다방면에서 원문화가 창출되어야 한다. 원문화의 개념과 함께 원문화 창달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도 함께 논의해보자.

김학인: 원문화 창달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교단 초창부터 회보의 전통을 이어 원광과 원불교신문, 원음방송 등 언론문화기관은 물론 원불교문인협회, 원미회 등 각종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문화를 의식문화와 생활문화까지 확장해 원불교적인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이세운: 문화란 여유있고 자유로운 풍토에서 숙성된다.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박광수: 문화창출이란 말이 거북스럽다. 규격화된 모델을 만들어가서는 안된다. 삶의 현장 모두가 문화이므로 다양성과 개성이 분출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되어야 한다.

윤금희: 원문화창달도 정체성 확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체성이 확립될 때 문화도 거기에 맞게 나올 수 있다. 밖에서 보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박광수: 일원문화 연구재단이 식생활 춤 복식 등을 연구하고 있으나 대부분 발표에 그치고 응용되지 않고 있다.

박성기: 의식주가 해결돼야 문화가 창출되는데 사치스럽게 여기는 것 같다. 석굴암에 불교교리가 농축됐듯 원문화도 원불교사상과 일치할 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윤금희: 원문화는 생활종교라는 큰 틀 속에서 생활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김학인: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포용의 정신은 우리가 한국사회의 희망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원문화의 특징으로 삼아야 한다.

박성기: 문화의식을 길러야 한다. 교당을 지어도 원불교정신이 스며나는, 우리의 생각과 의식, 교리가 건물에 나타날 수 있도록 특징있는 건물이 나와야 한다.

박광수: 요즘 퓨전이란 말이 유행인데 일찍부터 방향을 잡은 셈이다. 우리는 모방·혁신·창조를 표방해왔다. 창조도 모방에서 출발한다. 너무 창조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박성기: 우리문화도 알게 모르게 개화기문화와 일제문화, 한국문화를 흡수한 것이다. 여기에는 동서양문화가 두루 융합해 있다. 삼동윤리 정신에 바탕에 원문화를 일구어내자.

복지산업 전국화

사회: 교단 규모에 비해 교단 복지사업이 활발한 편이나 총부가 있는 전북지역에 집중돼 있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역사회의 복지사업은 교화에도 큰 힘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사업 전국화 실현방안과 걸림돌 등에 대해 논의해보자

윤금희: 원불교적인 사회복지를 하려면 위탁운영에 만족하지 말고 교당을 개방해서 지역주민들이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교무들의 의식개혁이 시급하다. 복지의 방향을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김학인: 교단 복지기관이 운영을 잘 하고 있어 교단의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박광수: 시설위탁 운영에 있어 원불교다운 특색이 있어야 한다

윤금희: 교당 건축에 있어서도 장애인을 배려하는 등 복지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교당을 개방하는 한편 시·군단위 사회복지위원회에 적극 참여하면 교화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박광수: 복지사업 전국화는 시설복지사업이 지역적으로 편중된 것을 지적하고 있다. 지역 스스로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세운: 3대2회 설계안 관련 일을 하면서 복지분야는 종교가 담당해야 할 분야라는 것을 명시했다. 소외된 이를 위한 복지, 예컨대 중증장애자나 치매환자들을 위한 소규모의 관리중심 복지시설 사업에 관심을 갖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종교 본연의 사업이기 때문이다. 교구별 복지법인을 설립하고 허름해도 따뜻한 맘으로 편히 쉴 수 있는 시설을 설립해야 한다.

박성기: 사회복지사업에도 동양종교가 가진 장점인 깨달음이나 수양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교화와 복지가 결합한 형태를 생각해 볼 때이다.

사회: 교당을 통한 복지와 위탁운영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어느 정도의 시설과 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

박광수: 동감이다. 봉사정신으로 무장된 성직자가 시설운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종교가 맡아야 할 분야이다.

윤금희: 수탁운영이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나 수탁에 급급해서는 원불교다운 복지사업을 할 수 있다. 진정한 사회복지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세계거점 점지

사회: 세계거점 점지는 세계교화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발판을 위한 노력과 거점확보의 길은 무엇인가.

윤금희: 해외교화의 대상이 교포인가 현지인인가 묻고 싶다.

박광수: 기독교가 한국사회에서 급속히 팽창할 수 있었던 것은 선교사들이 토착화를 위한 구체적인 선교정책을 가지고 접근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교화전략이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교포를 대상으로 한국식교화를 한 것이 아닌가 본다.

윤금희: 일본의 경우 현지인 교화를 할 여력이 없다. 언어와 시간, 경제력이 없는 상황이다. 해외교화를 나가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

박광수: 학창시절 해외교화를 서원한 교무들은 그곳에서 뼈를 묻게 해야 한다. 익힐 만하면 국내로 돌아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세운: 해외교화는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내용물이 중요하다. 미주총부를 건설해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제공돼야 한다.

김학인: 해외교포교화의 패턴을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박광수: 지금까지 우리의 해외교화는 행정은 중앙총부, 경제는 인연있는 교당에서 알음알음 이루어져 왔다. 이제는 교구에서 전세계지도를 놓고 특정지역과 결연해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박성기: 후진국인 우리가 미국에서 이만큼이라도 터전을 마련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힘들다보니 인재양성을 하지 않았고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교화한 점은 개선돼야 한다.

해외교화는 교단 초기 역사를 그대로 재현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익산총부를 건설한 후 교당을 설립했듯 미국에 공동체를 건설 후 교당을 설립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미주공동체를 건설하고 본토인을 1명이라도 참여해 수련을 시켜야 한다. 같이 살면서 원불교 정신으로 무장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빠른 길이다.

박광수: 거점 점지도 땅을 확보하는 차원이 아니라 교무가 가서 헌신적인 삶을 살고 가는 형태로 전환돼야 한다. 바로 그곳이 거점이 되는 전략을 모색해보자.

후원 및 자립경제 확립

사회: 종교에서 자립경제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디가지 가능한 일인가. 자립경제란 말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 전체를 책임진다는 것인지, 중앙총부의 자립을 의미하는 것인가 분명히 해야 한다.

박성기: 중앙총부의 자립을 의미하는 것이라 본다.

윤금희: 종교가 경제자립이 필요한가? 진정한 종교활동을 하는데는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이세운: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경제활동을 통해 성과물을 얻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박성기: 종교가 경제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원불교가 타종교와 다른 점이다. 하고싶은 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교도들에게 의존하지 말고 자립하자는 것이다. 생산활동을 하는 것은 영육쌍전의 정신에도 부합된다. 영육쌍전의 정신에 비추어보면 교무들도 직업을 가져야 한다. 목사들도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세운: 교단 경제기관이 많은데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과학적인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신심만 가지고는 안된다.

박광수: 자립경제라고 해서 내가 벌어 내가 먹고 사는 그런 의미로만 해석하면 전근대적이다. 그것은 지방에서 총부유지에 부담을 갖지말고 교화를 활성화하라는 의미라고 본다.

윤금희: 영산출장소 교무들이 전업농민처럼 모내기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교도들은 교무님들이 모내는 열정으로 정신을 깨우쳐 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경제는 해결될 수 있다.

박성기: 대종사는 과거종교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았다. 간척사업, 숯장사를 하면서 공부하도록 했다. 거기에 깊은 뜻이 있다.

내면이 살아나는 방향 모색하자

사회: 5대경륜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다져야 할 내적과제라고 본다.

박광수: 밖으로 미래로 사회로 세계로 깃발들고 나가기 위해서는 내적으로 5대경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5대경륜은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를 드높이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침체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론화 할 수 있는 것은 공론화 해서 내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김학인: 여러 가지 과제가 있지만 선결과제는 교화가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민족과 국가, 세계에 맑은 소리를 낸 교단의 저력을 이어나가자.

사회: 주제가 다양해 한정된 시간에 깊은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해 아쉽다. 내면이 살아나는 방향을 다 함께 모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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