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에 오신 대종사, 법기보살로 부활
창간기획특집

《담무갈》은 원불교를 창시한 대종사의 생애와 원불교의 핵심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삼동윤리를 형상화 시킨 것이며,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나 개혁의 주체로 진급하는 원불교의 이미지, 미래 종교의 이상향을 그려내는데 초점을 두었다

2001년 6월 10일, 원불교를 소재로한 소설 《담무갈(曇無竭)》(푸른숲)이 출간된다.

대종사는 재세시 여러 제자들에게 “두고봐라 먼 훗날 소설을 쓰겠다고 찾아올 사람이 있을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십년 후 작가 남지심씨가 소설 《담무갈》을 완성했다.

《담무갈(曇無竭)》은 법기(法起)보살의 이름으로 산스크리트 명은 ‘다르모가타(Dharmogata)’로서 ‘법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또 《화엄경》에는 ‘바다 가운데 금강산이라는 곳이 있어 법기보살이 1만2천 무리를 거느리고 상주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담무갈’은 금강산 법기 보살 6월10일, 총4권 출간

《신증 동국여지승람》에는 ‘고려 태조가 임금이 되고 금강산에 왔을 때 법기보살이 빛을 발하며 그의 권속 1만2천을 거느리고 나타나기에 황급히 엎드려 절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10여년의 기간을 두고 혼신의 힘을 쏟아온 남 작가는 “처음 작품을 시작할때는 밑에서 산을 쳐다보는 막막한 느낌이었으나 1/3정도 올라가다 보니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며 “완전히 길을 잃어 버린 절망감 속에서 헤매이다 다시 산의 정상에 올랐다는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최소한 약속을 지켰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고 출간 소감을 피력했다.

남지심 작가는 10여년의 기간동안 혼신의 힘을 쏟아 서솔 《담무갈》을 완성했다. 좌산종법사는 남 작가를 접견, 그간 혈심의 정성을 크게 격려했다. 남 작가는 강릉출생으로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198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솔바람물결소리》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장편소설 《연꽃에 피운 돌》,《우담바라》가 있다.

남 작가는 소설 《담무갈》에 대해 “이 소설은 원불교를 창시한 대종사의 생애와 원불교의 핵심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삼동윤리를 형상화 시켜본 것”이며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나 개혁의 주체로 진급하는 원불교의 이미지, 미래 종교의 이상향을 그려내는데 초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총 4권으로 구성된 《담무갈》은 제목이 갖는 상징성 또한 남다르다.

남 작가는 “대종사께서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도덕의 부모국이며, 정신의 지도국이 될 것을 예견하였고, ‘금강산의 참주인 되자’는 법문을 통해 미래의 중심지는 금강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법기보살과 금강산의 주인을 염두에 두고 작품 초입부터 자연스럽게 《담무갈》로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담무갈》의 상주처인 금강산은 작품의 배경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작품의 무대가 된 곳은 금강산 자락에 위치한 금강산 수련원, 이곳은 소설 속에서 삼동윤리를 실천하는 교무들과 타종교의 성직자들이 공동체 삶을 살아가는 중심무대로 설정되었으며, 이는 금강산이 미래 종교의 중심지라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무엇보다 소설 속에 재구성된 소태산 대종사에 관심이 모아질 듯 싶다.

대종사가 열반한 것이 해방되기 2년 전이니 대종사는 우리들과 동시대의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그 생애와 사상이 기록속에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사실 기록 속에 보존되어 있는 인물을 소설화 한다는 것은 소설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답답한 일이다. 상상력이 끼어들 여백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 작가는 “대종사가 비범하다 해서 신비감에 쌓여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상적인 중생의 모습은 더욱 아니다”며 “어릴때는 구도의 길에 전력을 다했고, 깨달음을 얻은 후에는 교단과 제자들을 이끌어 가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던 대종사는 한 마디로 평범속의 위대한 성자였다”며 “이러한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참으로 어려웠다”고 술회했다.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면은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남 작가는 “대종사의 모습도 오로지 정성을 다해 최선의 길을 걸어간 인물에 초점을 맞췄고, 모든 인류가 진급하기를 염념불망, 윤회에 얽매이지 않는 승화된 삶을 일깨우는 절절하고도 간절한 부처의 마음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작품은 ‘진급(進級)’의 메시지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개인의 진급, 나아가서는 종교의 진급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정신의 주체임을 작가는 이 작품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 작가는 “내 교단, 내 종교를 벗어나 하나로 회통하기 위해서는 진급해야 한다. 원불교는 새 시대의 새 종교다. 과거의 종교와 똑같은 모습을 답습한다면 창교의 의미는 무의미하다”며 “담무갈은 원불교, 나아가 종교가 어떻게 진급해야 하는가에 그 해답을 줄 것”이라는 신념을 보였다.

소설 전반부에는 대종사의 일대기가 그려지고, 후반부에는 금강산 수련원을 배경, 경수교무라는 남자교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신부, 스님, 목사가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고 삼동윤리를 실천해가는 획기적인 과정이 《담무갈》의 기본 줄거리.

《우담바라》 후편으로 전개 삼동윤리 실현, 공동의 삶에 비전 제시

소설 《담무갈》에 등장하는 ‘경수교무’나 미국 입양아인 식물학 박사 여주인공 ‘수잔’, 대종사의 어린시절 부터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 ‘길동’이 등 소설 속 인물은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다. 하지만 작가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고 나면 그들은 똑같이 자신의 운명 속에서 자신의 생을 영위한다. 결국 이야기 속에서 미진했던 자신의 생을 완성해 가기 위해 장(場)을 바꾸어 가며 윤회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담무갈》은 《우담바라》의 연장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작가도 이 점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담무갈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우담바라와 연계 지어지리라고는 내 자신도 생각지 못했다. 지난 늦가을 작품을 쓰다가 답답해서 혼자 ‘정관평’ 을 산책한 적이 있었는데 갑자기 내 귓가에서 ‘나 채련이야, 나 채련이야’ 하는 수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 걸음을 멈추고 서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담무갈 속의 수잔이 우담바라에서 죽은 채련의 환생임을 속삭여 주고 있는 그 놀라움, 나는 그때 받았던 충격과 경악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나는 담무갈을 우담바라의 후편으로 전개해 갔다. 모든 생명은 자신의 완성을 위해 부단히 진화해 가고 있음을 작품 속의 인물들을 통해 깨닫게 됐다. 우담바라가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치중했다면 담무갈은 함께 이루어가는 공동의 삶에 중점을 두었다”

소설 《담무갈》은 작가의 끊임없는 구도적 정열과 승화된 영혼의 세계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남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오랜 기간 영산 성지에 머물며 혼신의 힘을 불살랐다.

“아마도 나 만큼 불교와 원불교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웃음) 많은 분들의 도움에 크게 감사한다. 영산에 기거하며 영적인 힘을 느꼈다. 쓰는 과정, 과정마다 너무 힘이 들었다. 나는 수레도 안타고, 누가 잡아주지도 않고, 오직 내 발로 한발짝씩 죽을 힘을 다해 걸어갔다는 느낌이 든다.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종교에 식상한 많은 사람들에게 종교의 비전을 제시하고 싶었다. 내 자신이 어디에도 묶이지 않은 종교의 자유로움을 갖게 되어 기쁘다”

남 작가는 ‘이 일을 하면서 대종사님과 교단에 큰 과오를 범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원하며, 매일 ‘일원상서원문’과 ‘반야심경’을 사경(대학노트 8권의 분량), 쉬임없는 기도와 사색, 서원을 담아 《담무갈》을 집필했다.

이제 소설 《담무갈》은 한 작가의 투혼으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새 천년에 다시 오실 소태산 대종사의 부활이 기대된다. 1만2천의 권속을 거느린 법기보살의 모습!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은혜의 물결이 가득하길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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