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창·박의준 교도 부부

새벽 좌선으로 여는 하루

새벽5시, 일원상을 향하여 단좌하는 노부부. 경종은 왕타원 박의준 법사가, 목탁은 효산 이인창 법사가 잡는다. 독경을 마치고 효산님은 왕타원님에게 알파벳을 읽게 한다.

부부 금슬이 좋은 분을 드물게 보기는 하지만 두 분처럼 한길을 가는 도반으로, 파수공행 하며 가는 분들을 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행운이다.

부부는 나란히 정구채를 들고 운동장으로 향해 흠뻑 땀을 흘린다. 아침식사 후 부부는 청풍공원까지 산책을 한다. 나무 그늘에 앉은 두 분은 다시 독경을 한다. 요즘 효산님은 왕타원 님에게 《소태산 박중빈》등 책 읽어주는 재미로 산단다.

영화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주인공은 서광주교당 이인창·박의준 교도부부이다. 80전후의 부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그래서 두 분은 광주전남지역에서는 모범 원불교인 뿐만 아니라 모범 가정을 꾸린 원로로 존경 받고 있다.

3대가 법조인 가문

이의준 법사는 광주에서 이병호 변호사로 잘 알려져 있다.

아들인 이흥기 변호사(강남교당)는 서울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일하다가 변호사 개업했고, 손녀 이지은 교도는 2001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3대가 법조인 가문은 흔치 않은 일.

이렇게 된데는 두 분의 끊임없는 기도와 유무념 대조를 통한 마음공부가 밑바탕을 이루었다.

오랜 병마 속에서도 경계와 마음을 대조하는 왕타원님, 헌신적으로 외조하며 지혜를 발히는 효산님의 영향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다. 이 모습은 효산님의 I아내에게 주는 상금 J과 I나무같은 삶 J에 자세히 그려져 있다.

풍암지구에 교당 서원

광주광역시는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서광주교당과 가까운 풍암지구도 그 가운데 하나. 2년전 풍암지구로 이사 온 왕타원님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이곳을 보고 샘이 났다. 교회는 벌써 7,8개가 들어와 밤마다 불이 반짝하는데 교당이 없으니 애가 탔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중 서광주교당 이유관 교무는 광주한방병원 김정유 교무와 교당을 설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방병원 직원들이 이곳에 많이 살고 있으니 힘을 합해 추진하기로 것. 사실 서광주교당도 교당 신축한지 얼마 안돼 그럴 여유가 없는 상황.

왕타원님과 효산님은 다시 큰 결정을 했다. ‘이 일을 하라고 대종사님께서 이곳으로 보냈다’는 생각이 들자 기꺼이 한 몫을 담당하기로 했다.

이에 힘입어 일이 본격 추진 됐다. 유수빌딩 6층 건물 117평을 2억5천7백만원에 계약하고 8일 중도금을 치룬 상태. 내년 봄 봉불식을 거행할 계획이다.

왕타원님은 지난 7월에도 고향인 순창군 구림면 임야 1만1천평을 희사했다.

“제가 했간디요. 법신불 사은님과 대종사님이 밀어 주신게죠”라고 겸손해 했다. 효산님은 “쉽지 않은 일도 맘만 먹으면 할 수 있고 쉬운 일도 맘 안 먹으면 할 수 없지요”라고 거들었다. 그래서 부부는 일심동체인가 보다.

곳곳에 끼친 손길

거실에는 그동안 받은 감사패가 가득 했다.

장흥교당 창립 공로로 종법사 표창패, 청도교당 봉불 교정원장 표창패, 영광교당 봉불 교정원장 표창패 등이 눈에 띄었다. 모두 두 분 이름으로 받은 상패들이다.

“사람만 보면 교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맘이 들어 시작한 일이란다.

입맛 없는 아내를 위해 하루 만원씩을 주는 남편, 그 돈을 다린 봉투에 고이 모아 헌공하는 부인.

새로 설립된 풍암교당 교화가 잘 되기만을 바라는 두 부부의 기도정성에 초겨울을 재촉하는 빗줄기도 훈훈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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