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시대 선도병원 꿈꾼다

▲ 군산시 금동에 자리잡은 원광대학교병원 운영 군산의료원 전경. 원내는 김종문 병원장
▲ 군산시 지곡동에 신축중인 군산의료원 조감도
서해안 시대의 중심도시로 떠오르고 있는 군산. 군산의료원은 군산시 금동, 도선장 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1922년 관립군산자혜의원으로 개원, 7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983년 지방공사 전북 군산의료원으로 전환됐지만 계속되는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적자가 계속 누적되자 전라북도에서는 민간 위탁을 결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작년 11월8일 원광대학교병원이 수탁을 받아 11월9일부터 원광대학교병원 운영 군산의료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1년이란 기간동안 군산의료원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래 된 건물이지만 깨끗히 장단됐고, 전 직원이 단합한 결과 파행적으로 운영되던 병원이 정상궤도를 찾았다. 또 지곡동에 군산의료원 신축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어 희망을 주고 있다. 세련된 이미지를 주는 접수대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金鍾文(법명 圓文)병원장은 “처음 수탁운영을 시작할 때는 참 막막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병원운영을 정상화하는 것 외에도 노조와의 갈등, 지역정서에 따른 종교갈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습니다”고 회고한다. 김 병원장은 아예 관사에 입주, 손수 밥을 해먹으며 직원들과 동고동락하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 신경외과 전문의로 직접 진료하고, 밤에는 다시 병원을 돌아보는 등 그야말로 혼신의 정성을 다했다. 지역사회에 병원을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왔다.

안창엽 관리부장을 비롯한 행정실 직원들도 야근을 밥먹듯 하면서 힘을 합했다. 그 결과 외래 및 입원환자 수가 1년동안 거의 2배로 늘어났고 수입도 100%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김 병원장은 “원광의료원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 수탁 초기 내과·정형외과 등 7개과에서 초빙진료를 해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었고 의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소성대 일심합력의 정신으로 일한 결과이지요. 하지만 아직 성장이라 하기에는 이릅니다. 이제 겨우 정상화 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정도입니다”고 밝혔다.

김 병원장은 종교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의료원의 경영과 회계 등 모든 현안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매주 교육을 통해 간부들부터 솔선수범하는 풍토를 만드는 한편 전직원을 정예화 하는데 힘을 기울인 결과 지금은 신뢰가 많이 쌓였다고 한다.

안 부장은 “군산의료원의 조속한 정상화에는 원광대학병원장을 역임했던 김 병원장의 투철한 사명감과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은 바 큽니다. 특히 병원에 입원했던 할머니를 병원 문까지 나와 배웅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고 밝힌다.

수탁 초기에는 ‘약값이 비싸다, 환자를 원대병원으로 다 빼돌린다, 의사들을 일방적으로 해고시켰다’는 등 온갖 루머가 나돌았다. 이에 대해 김 병원장은 “처음에 와보니 70년대 쓰던 약을 쓰고 있었어요. 효과가 떨어지니 요즘 약으로 바꾸었고, 그전에는 소홀히 하던 검사를 하니 약값이 더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3차 진료기관인 원광대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수탁운영 후 비상조치로 의사 월급이 대폭 삭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니 사명감 없는 의사들은 자연 사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라고 설명했다.

수탁운영을 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원광대학병원에서 훈련된 인력을 지원 받은 데 있다. 원광대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에서 배출된 인력들이 자산이었다. 이들은 적은 봉급에도 불구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탠다’면서 자기 병원 일을 하듯 기꺼이 동참해 주었다. 또 군포한방병원과 광주한방병원의 양한방협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3월8일 부설 한의원을 개설, 양한방협진 체제를 구축했다. 중풍크리닉, 치매크리닉, 갱년기 크리닉, 동통 크리닉, 알코올성질환 크리닉 등 5개 크리닉으로 운영되는 양한방협진 크리닉은 지역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풍크리닉을 찾은 전순금씨(72)는 “전에는 익산으로 갔었지만 양한방협진이 중풍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군산의료원은 5천여평 대지에 양방 19개 진료과 298병상, 한방 2개 진료과에 29병상 규모로 241명이 근무하고 있다. 수탁운영 후 의사 10명, 기술직 22명, 기능직 32명이 증가된 반면 임시직 22명은 줄었다. 지난 10월2일에는 서천군 장항군민회관에서 내과·치과·한방과 등이 참가한 가운데 불우시설 무료진료를 실시, 220명에게 혜택을 주었다. 특히 올해 첨단의료장비인 심장초음파기, 뇌혈류 초음파 진단기, 폐기능 검사기 등 12억 상당의 최신의료장비를 도입, 가동하고 있다.

현재 군산시에는 군산의료원 수준의 준종합병원이 4군데 있지만 대형종합병원이 없어서 아쉬움을 주고 있다. 그러던차에 현 군산의료원 건물이 노후돼 신축이 불가피함에 따라 군산시 지곡동 146번지 일원에 대지 1만5천여평, 건평 7천5백여평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5개 진료과에 3개 센터 400병상 규모로 총공사비만 540억원이 소요되는 큰 공사이다. 11월말 현재 11.64%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이 공사가 완료되면 군산 및 충남권 5개 시·군 주민 47만여명이 의료혜택을 보게 된다. 이렇게되면 군산의료원은 명실공히 서해안 시대의 선도병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에는 의약분업과 수련의 파견 금지 등 의료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함에 따라 당장 병원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문 병원장은 “이제 겨우 물에서 나왔는데 다시 물 속으로 떠밀리는 듯한 느낌”이라면서도 “의료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면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안창엽 부장은 “신축되는 군산의료원 수탁운영이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재단과 대학에서 군산의료원의 청사진을 세우고 좀 더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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