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여성회 창립5주년 기념, 변화하는 여성·변화시키는 여성 다짐
북한아기를 위한 분유 2컨테이너 전달, 서울교육문화회관서 기념대회

   
 
   
 
‘더불어 하면 쉽고 아름답습니다’‘종교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좋은 일을 하자’는 원불교여성회의 제창으로 원불교 불교 천주교 유교 바하이교 등의 성직자와 교도들이 모여 ‘한울안운동’의 막을 올렸다.

지난 12일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된 원불교여성회(회장 한지성) 창립 5주년 기념총회를 겸한 한울안운동 선포식은 강기원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노미혜 서울특별시 여성정책관, 교정원 교육부장 황영규 교무, 교정원 공익부장 최도선 교무 등 교단내외의 주요인사들과 전국의 여성회원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타종단에 대한 배려로 원불교 의식을 최소화한 이 기념식은 박순정 교무(우이동수도원)의 ‘모으면 많아지고 나누면 은혜되는 원리를 통해 한울안운동을 펼쳐가자’는 간절한 심고와 원음합창단의 합창으로 시작됐다. 홍일심 여성회 홍보분과장의 사회로 열린 본행사의 기도의식은 바하이교에 의해 진행됐다.

한지성 여성회장(호적명 지현)은 ‘조용한 시작, 커다란 희망’이라는 제목의 인사말을 통한 취지설명에서 “한울안이란 원불교에서 즐겨쓰는 말로 우리 모두가 한울타리 안에 사는 한식구라는 뜻으로 세계의 모든 성자들이 표현은 다를지라도 인류는 한 가족임을 가르치셨다”며 “21세기는 무엇보다도 도덕의 시대가 되어야 하며, 이 때의 도덕이란 모든 종교의 공통된 바탕을 이루는 진리에 근거한 도덕이며, 모든 인간이 한울안 한일터의 식구요 일꾼으로 살아가게 해주는 보편윤리로서 이 도덕의 시대를 위한 실천을 하자는 것이 한울안운동의 정신”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현재 우리 사회의 해결해야할 시급한 일로 양성평등운동, 환경운동, 통일운동의 세가지를 들고, 그 첫 사업으로 누구도 입장에 차이가 있을 수 없는 ‘북한아기돕기’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강기원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원불교의 교리와 제도를 보니 남녀평등의 선진적인 종교로서 이러한 종교가 한국에서 자생했다니 매우 자랑스럽다. 부디 한울안운동의 종교화합 정신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종교전쟁의 역사를 바꿔주기 바란다”며 한울안운동 선포를 격려했다. 이어서 운문사 승가대학장 명성스님은 “변화하는 여성, 변화시키는 여성이라는 신선한 주제로 열리는 한울안운동이야말로 진리의 본래 뜻과는 어긋났던 종교계의 이상한 물결을 바로잡는 것이며, 온 대지를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여성의 본질에 충실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신자인 소설가 박완서씨는 “돌이켜보니 성 라자로마을 돕기모임에서 박청수 교무를 만난 것부터가 한울안운동이었으며, 종교마다 사랑을 설하지만 자기종교를 펴기 위해 남성적 공격성을 발현시켜 종교로 인한 전쟁이 많았고 교황님께서 기독교가 역사에 남긴 죄를 반성하셨을 때 너무 기뻤다. 부디 원불교는 선업만 쌓고, 이제껏 그랬듯이 누구에게나, 어느 곳에서나 다급한 도움을 요청하는 곳에는 달려가 소리없이 도와주고 챙겨주는 여성성을 잘 발휘시켜 주는 종교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교측을 대표한 여성유도회 손영희 회장도 축사를 통해 “원불교는 공자님의 시중지도(時中之道)를 잘 실천한 종교로서 유교가 조선조 500년에 남긴 여성에 대한 죄를 벗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모임의 소식을 전해들은 대통령부인 이희호 여사는 특별메시지를 통해 “화해와 협력이 무엇보다 소중한 지금, 참으로 값진 운동을 전개하는데 대해 기쁘게 생각하며 국가경쟁력의 절반이 여성에게 달려있는 만큼 부디 이 운동을 성공시켜서 종교간의 신뢰와 화합으로 평화롭고 훈훈한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을 당부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화환을 보내왔다.

3, 4월 두달간에 걸친 모금액은 당초 목표액을 훨씬 초과해 북한아기에게 보내는 분유도 애초의 1만통에서 두 컨테이너 분량인 1만3천2백통을 맞추어 적십자사를 통해 금강산국제그룹으로 지정 기탁했다. 기탁증서는 금강산국제그룹의 공동수취인인 박청수 교무에게 전달됐다.

특히 이날 행사는 이해인 수녀(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축시 ‘아름다운 길벗, 우리는 하나입니다’의 낭송과 삼소회의 합창으로 더욱 빛이 났으며 삼소회는 청중의 열렬한 앙콜 요청으로 ‘사은님 사은님’을 청중과 함께 불러 종교화합의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두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행사는 참석자 전원의 진지한 관심속에 이해인 수녀의 축시에 곡을 붙인 ‘아름다운 길벗, 우리는 하나입니다’의 노래제창을 끝으로 잔잔한 감동 속에 막을 내렸다.

원불교의 근검절약 정신을 돋보이게 했던 행사장의 간결하고 아름다운 화분장식과 참석자들의 성실한 태도는 새로운 행사문화의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 행사의 성과에 대해 한지성 회장은 “대외적으로는 한울안운동이란 말과 활동을 통해 원불교교법정신이 널리 알려지고 대내적으로 우리 여성회원들에게도 자긍심을 갖게 한 것이 이번 행사의 보람이며, 앞으로 교구별 여성회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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