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 6월4일, 학생과 시민 등 100만여명이 호요방 전 당총서기에 대한 재평가와 민주화를 외쳤던 천안문 광장.
▲ 지난 해 7월28일, 삼동윤리를 실천하기 위해 개원한 연변삼동유치원. 현재 95명의 꿈나무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다.
지난 6월28일부터 7월3일까지 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임직원들과 함께 중국에 머무는 동안 남북 평화통일과 중국교화에 대한 생각을 잠시도 잊어본 일이 없다. 말로만 듣던 중국, 마음속으로 그려보던 중국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중국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하였다.

중국교화를 위해서는 먼저 중국은 어떤 나라이며 중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중국의 문화와 전통은 어떠한가를 바르게 알아야 한다.

중국에 가기 전부터 관련 서적 및 인터넷 등을 통해 중국의 정세 및 종교정책을 점검하고 중국교화에 대한 교단의 입장과 현지에서 보고 들은 각종 정보 등을 분석하여 중국교화의 가능성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21세기 최대 강국

인구 13억을 가진 중국이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804년 12월, 인민투표를 통해 프랑스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중국을 잠자게 놔둬라. 중국이 깨어나면 세계를 뒤흔들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2백년이 지난 오늘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21세기 가장 강력한 적국으로 중국을 지목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중국은 더 이상 잠자고 있는 종이호랑이가 아니다.

미 국방부는 21세기 미국의 가장 강력한 적대국을 중국으로 상정했으며 남북한의 적대관계가 해소될 것으로 판단, 주한 미군의 역할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최근 미 국방부가 지난 반세기 동안의 세계 방위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 유럽 대신 아시아를 전략의 요충지로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탈 냉전시대에 접어들면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군사력 증강과 현대화로 국제 사회에서 점차 자국의 대외적 영향력을 확대시켜 가고 있다. 미 국방부의 보고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이 잘 나타나 있으며 미국의 전략분석가들은 “유럽에는 더 이상 미국의 핵심적 이해관계가 걸린 곳이 없다. 이제는 아시아가 가장 중요하다”고 공언(公言)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파트너

중국에 항구적(?久的)인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이 지난 5월, 미국 하원을 통과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의 경제관계가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됐다. 항구적 정상무역관계 법안의 통과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간 무역관계의 긍정적 개선뿐 아니라 정치 외교적 관계에서도 호혜적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평가된다. 상원의 심의가 남아있긴 하나 통과가 무난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미국 하원의 이같은 결정으로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서 벗어나 미국시장을 보다 안정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으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외교부 성명에서 “미국이 중국에 항구적 정상무역관계를 부여한 것은 세계무역기구의 쌍무 협의를 집행하는 기초이자 전제로, 중미 쌍방이 평등과 호혜의 기초 위에서 무역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유리할 뿐아니라 양국관계의 건강 발전에도 유리하다”고 지적하고 “이번 법안 가결은 현명한 처리”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세계무역기구를 축으로 하는 세계무역질서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세계경제는 가까운 장래에 새로운 개편과 변화가 밀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문호가 더욱 개방될 것이며 중국시장의 개방효과는 세계 전체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넓은 영토, 13억 인구

중국은 아시아 대륙의 동부, 태평양의 서해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토 면적 960만㎢ 가운데 경지자원 면적은 전 국토의 약 10%로 아시아 대륙면적의 1/4, 세계 대륙면적의 1/5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영토는 우리나라의 약 100배, 유럽 전체면적의 1/4로 러시아연방 캐나다에 이어 세계 3위의 넓은 면적을 갖고 있다. 중국은 땅이 넓고 자원이 풍부한 나라라는 뜻에서 지대물박(地?物博)의 나라로 불리고 있다. 지대(地?)란 글자 그대로 땅이 넓다는 뜻이며 물박(物博)이란 물산 (物産) 곧 자원이 풍부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최근 개혁과 개방정책에 힘입어 중국의 농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1990년대에 이르러 주요 농산물인 알곡 고기류 목화 유채씨 등의 생산량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는 개척할 토지가 많은데 대부분 흑룡강 신강 등 변강지구에 분포되어 있으며 앞으로 이런 미개척지에 우리나라가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유엔에 보고된 중국의 인구는 약 13억명으로 이는 세계인구의 약 1/5에 해당된다. 중국이 장차 세계적 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세계 최대의 인구 보유국이라는 사실이다.

중국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다민족 국가라는 점이다. 중국의 주체 민족은 한족(漢族)이며 한족 이외에도 총 55개의 소수민족이 전 국토에 고루 분포하고 있으며 소수민족의 인구는 약 1억2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8%를 차지한다.

한·중 외교관계 수립

1992년 8월24일, 우리나라는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음으로써 두 나라의 교류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되었다. 한·중 양국이 협의하여 발표한 공동성명은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유엔헌장의 원칙들과 주권 및 영토보전의 상호존중, 상호불가침, 상호 내정불간섭, 평등과 호혜 그리고 평화공존의 원칙에 입각하여 항구적인 선린우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내용을 포함한 6개항에 합의하였다. 한·중수교는 양국간에 단절되었던 역사적 전통을 회복시킴으로써 한반도의 안정과 협력은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전기를 맞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과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 교류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며 한·중간의 무역은 88년 이후부터 직접무역으로 확대되었다. 양국간의 인적교류도 활발해져 96년 한국인의 방중은 약 70만명으로 93년 11만2천명에 비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으며 중국인의 방한은 95년에 8만1천명, 96년에 15만4천6백명으로 해마다 증가되고 있으며 2003년에는 연간 7백만명의 중국인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두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교류는 상호 필요성에 의해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두 나라가 상호 보완적 협력관계를 한층 발전시켜 21세기 동반자로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경제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기본적인 종교정책

중국의 종교는 유럽이나 서부아시아 종교와 달리 국교(國敎)로 지정된 종교가 없다. 중국 종교의 특징은 여러 종교가 함께 공존하되 어느 나라에서 전래된 종교이든 중국에 뿌리를 내리면 중국의 재래종교와 어울리면서 중국만의 특색을 갖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기본적인 종교정책은 1989년 6월4일 천안문 사건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실제로는 각 종교들에 대해 서로 다른 대우를 하고 있다. 공산당 통일전선부는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등 외래종교와 불교 도교 등 자국종교를 구분하여 이를 차별화 하고 있으며 자국종교로 분류된 종교에 대해서는 비교적 느슨한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정부는 외래종교에 대해서는 이들이 종족과 국가를 넘어 신앙전파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주의와 경계의 눈길을 늦추지 않고 있다.

1982년 12월4일 전국인민대표 대회 제5기 5차회의에서 채택된 헌법 제36조(종교신앙에 관한 조항)에는 ‘인민에게는 종교 신앙의 자유와 믿지 않을 자유 모두 있다’고 고 밝히고 있으나 자치(自治) 자양(自養) 자전(自傳) 등 삼자정책(三自政策)에 근거하여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등 외국세력을 배제하고 자체적으로 운용해 가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1983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 삼정정책(三定政策) 곧 제삼자(第三者)에 의해 지정된 장소, 삼자에 의해 지정된 구역, 삼자에 의해 지정된 목사 등 성직자에 의해 종교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가정교화 등 자유로운 포교 및 교화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교화의 과제 및 전망

중국교화를 위한 기본과제는 원불교의 교화활동을 중국정부로부터 공인받는 일이며 중국교화를 위한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다. 교단에서는 원기77년부터 최근까지 10여명의 교역자를 파견하여 중국교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외래종교에 대한 교화활동이 허용되지 않아 애로를 겪고 있으며 교역자의 거류(居留)를 보장받기 위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교단에서는 중국 정부의 종교담당자 및 불교협회 관계자 등과 교류를 통해 남북평화통일에 대비하는 한편, 북한 및 중국교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외국종교 또는 외국인에 의한 교화를 제한하는 중국의 종교정책에 따라 중국불교협회 소속 스님들을 초청하여 한국어 과정을 이수케하고 있으며, 조선족을 교역자로 양성하는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중국교화를 위한 선결과제는 중국인의 성격, 중국의 역사와 전통,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13억 중국인의 대국의식, 민족적 자존심, 오랜 역사와 전통 등을 바르게 이해함으로써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중국교화에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둘째는 현지 생활에 적응하려는 노력이다. 중국에 파견된 외국 선교사들이 중국인과 같은 옷을 입고 함께 먹고 자면서 그들의 삶에 동참함으로써 선교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을 교훈 삼아야 한다.

셋째는 중국교화의 기본이 되는 언어학습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속담에 ‘언불통 심불통(言不通 心不通)’이라 하여 ‘말이 통하지 않으면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언어소통은 교화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넷째 중국교화를 위한 교단적인 관심과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며 교화활동에 앞서 교육 및 복지분야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교화에 대한 교단의 확고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한 경제적 지원과 교역자의 신변안전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중국교화는 아직도 각종 제약과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으나 개혁과 개방의 물꼬가 트인만큼 중국문화에 대한 연구와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중국인에 대한 교화역량을 키워가야 한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으나 나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이 넓은 대륙에 하루빨리 일원의 법음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염원하였다. 또한 중국교화를 위해 재가출가 전 교도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 것인가를 함께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하며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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