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기88년 7월 영광 핵폐기장을 반대하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대학생 교우회 회원들.
“교당중심의 기존 교화방식으로는 대학생 교화를 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캠퍼스 교화’에 대한 의식이 전환되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 원불교학생회 출신인 장진수 교무(영산선학대학교)는 대학생 교화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인재양성의 발판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대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을 교리에 바탕해 온전하게 인도하는 동시에 활동력 있는 인재를 빠르게 길러낼 수 있으며, 청년교화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교당교화의 부수적인 형태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고 단언한다.

대학생 교화를 바라보는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대다수 대학생 교화 담당자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다. 원광대학교 대학법당에 근무하는 안세명 교무는 “대학생들이 과거와 달리 학기중에는 수업으로, 방학이면 등록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와 어학연수로 바쁘게 보내고 있는 만큼 그들에게 맞는 교화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학생 맞는 교화방안 마련

이와 관련 한 대학생 교화 담당자는 “대학생교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서울과 부산, 전북 등 교우회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 대학생 교화를 전담하는 인력이 배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인력배치가 어렵다면 대학생 교화를 위해 시간과 경제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학생 교화를 위한 실습과정을 교과과정에 넣어 예비교무 시절부터 대학생 교화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미리 준비를 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예비교무의 경우 일반 대학생들과 다른 대학시절을 보내는 까닭에 대학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교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현재 대다수 교우회는 인근 교당 청소년담당교무가 지도교무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생 교화에 전력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교당일정이 중심이 되다 보니 교당 밖에서 이루어지는 대학생 교화는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울과 전북의 경우 원기78년에 대학생교화를 전담하는 교무가 활동한 바 있다. 당시 활동했던 전담교무들은 교우회가 없었던 대학교를 순회하며 교우회 창립에 힘을 쏟고, 연합법회와 홍보활동 등을 전개하며 캠퍼스 교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당시 시대상황에 기인하기도 했겠지만 서울의 경우 그러한 노력에 힘입어 서울교구 대학생교우회 연합법회인 횃불법회가 열기를 더했으며, 개벽학교·환경연구회 등 학문적이거나 실천적인 모임도 이루어졌다.

이런 활동이 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는 대학생들이 함께 할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원남교당 지하에는 서울교구 대학생연합회 사무실이 자리하며 학습과 친목의 장이 되고 있었다. 이제는 대학을 졸업하고 청년회 활동을 하고 있는 한 교도는 “그곳은 선배들과 함께 하며 새로운 사상을 접하는 배움의 장소였다”며 “이런 공간이 있었던 까닭에 공부모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도

현재 대학생 교화 담당자들은 이제는 시대와 환경이 달라진 만큼 생활이 가능한 ‘학사’형태의 공간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연고지가 다양한 대학생들에게 심리적·경제적 안정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단내 학사운영을 살펴보면 신림교당에서 운영하는 신림학사, 전북교구에서 운영하는 원림학사, 북일교당 학사관 등이 있다. 그러나 시설과 수용인원 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 원불교중앙청년회에서 원기1백년을 앞두고 1백명 수용규모의 ‘원청평화회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인재양성 프로젝트 추진

이러한 공간이 확보될 경우 대학생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운용이 가능하게 된다. 1·2학년이 다양한 학술과 사상을 접하며 사고를 정립해가는 시기라면, 3·4학년은 진로선택과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시기다. 이런 때 교법에 바탕해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심성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신앙심을 키워간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당하리라는 전망이다. 이런 프로그램의 운용은 단위교당에서는 한계가 있으므로 학사와 같은 전용공간이 더욱 절실해진다.

이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교정원뿐만 아니라 특히 중앙봉공회, 중앙청운회, 여성회 등 재가단체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요청된다. 이렇게 신앙의 뿌리를 내린 대학생들이 가까운 미래에 교단을 비롯해 각 단체들을 이끌어갈 주역이 되기 때문이다.

장진수 교무는 “출가뿐만 아니라 재가단체들이 겪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실무를 담당할 젊은 사람이 부족한 것”이라며 “재가출가 단체들이 합심해서 공동인재양성 프로젝트가 나와야 할 때”라고 말한다. 더 이상 젊은 사람들이 교당에 나오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나가자는 것. 이런 지원 아래 대학생 교화의 맥을 교당으로 잘 이어간다면 청년교화는 물론 일반교화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교화, 이제는 더 이상 사각지대에 방치할 것이 아니라 일반·어린이·학생·청년과 함께 교화의 한 맥을 이루도록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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