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석 교도 / 화정교당
오늘날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무장한 네트워크 세대들은 과거와 달리 자유롭게 정보의 세계를 넘나들며 세상의 모든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까지 적극적인 개입을 하면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네트워크의 아이들’은 이제 단순히 나이 어린 아이들이 아니다. 무시할 수 없는 사회의 주체가 되어 우리 앞에 등장하고 있다.

네트워크 세대의 출현
지난 2002년 월드컵과 촛불시위는 우리 사회에 네트워크 세대가 출현했음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월드컵 4강 진출을 통해 그동안 억눌려 왔던 사회의 에너지를 붉은악마의 응원으로 강력하게 표출하였다. 이들은 이후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사회 변화의 강력한 주체로 떠오를 수 있었다.

인터넷의 급격한 성장과 네트워크를 통한 우리 사회의 변화는 과거 전문가들만 독점했던 고급 정보조차 공유될 수밖에 없으며 이를 통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지난 2001년, 필리핀의 대통령이던 조셉 에스트라다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에 의해 권력을 잃은 사상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영리한 군중(Smart Mobs)들은 인터넷과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으로 무장하고 다양한 시민사회의 문제점들에 대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변화는 그동안 교화의 대상으로 분리되어 있던 일반 교도들에게 스스로 배우고 가르치며 소통하는 영리한 군중이 될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출가교도들과 지도자들에게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소통력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교단에도 영리한 교도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아에서 무아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변화는 우리의 사고방식 즉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대에 이르러 ‘신’중심에서 ‘국가’로 전환이 이루어진 이후 국가가 사고의 중심이었으나 이제 국가를 대신해서 시민사회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시민들은 사회문제에 대해 ‘공론장’을 구성하고 논쟁에 참여하며 일상적인 삶 속에 작동하는 사회, 정치의 문제점들을 개선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한걸음 더 나아가 심인사회가 되어야 한다. 심인은 무아에 바탕하여 봉공을 하는 차원 높은 사회윤리이다. ‘심인’의 사회윤리를 새롭게 발전시키고 우리의 교화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교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
지금껏 침체된 교단의 흐름을 이들의 움직임을 통해 바꾸어 볼 수 있는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지금 네트워크 세대들은 스스로가 주체이면서 대상이다. 네트워크 세대는 다양한 공론장과 공동체 속에서 스스로 배우고 가르치는 평등하고 쌍방향적인 소통을 일상화 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는 오히려 교단의 변화를 앞서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네트워크 세대들은 언제든지 배울 준비가 되어 있고 스스로 컨텐츠를 생산하여 네트워크 상에 퍼뜨릴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스스로 엄정하게 성찰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영리한 교도들이 되어야 한다. 네트워크를 통하여 교도들 사이에 다양한 커뮤니티와 소통의 공간이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 교단에는 다양한 형태의 소통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2003년 영광에서 전개되었던 반핵운동은 수직적 구조로 움직이면서 쉽게 그 생명력을 잃어버린 것이 이를 반증한다.

글을 맺으며
우리가 변화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라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일 뿐이다. 적어도 우리가 네트워크 세대들을 대상으로 ‘교화’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욱 네트워크적으로 변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들을 설득하고 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와 커뮤니티들이 우리 교단 안에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만들어 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지 외형만을 만들어 내어서는 안 되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우리 교단의 모든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창조하는 일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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