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이 되자 아이들은 집으로 뿔뿔이 다 흩어져 갔습니다. 웬지 신이 나서 무척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선생님들은 일일이 포옹하며, 부디 방학 동안 잘 지내고 사고 없이 돌아오라고 신신 당부를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라고 하는 것을 보니, 기숙사 생활과 같은 단체생활이 주는 부대낌으로 아이들이 많이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렇겠지요. 아무리 넉넉하게 안아준다 한들 고향 떠나 부모 떠나 자립적으로 살아야 하고 적응해야 하고, 조정해야 하고, 참고 배려해야 하는 기숙사 생활은 아이들에게 많은 에너지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방학이 가까워지면 아이들은 지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렇게 공력을 들이면서 살아가는 기숙사 생활은 그 어린 나이에 다른 곳에서는 도무지 겪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도 제공해 주어서 우리 아이들이 껍질을 깨고 좀더 성숙해 나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저희 선생님들은 경주화랑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원경고, 화랑고, 영산성지고 3개 교립 대안학교 교사 마음공부 훈련에 참가하였습니다. 이번 훈련은 벌써 4회가 되었고, 횟수를 거듭할수록 그 깊이를 더해 가는 듯 하였습니다. 이제는 마음공부가 교립 대안학교 교육의 중요한 원리로 자리잡고 있으며, 입시 교육과 경쟁 교육으로 인해 규정짓는 교육, 가시적인 변화만을 추구하는 조급한 교육, 하나를 살리기 위해 다른 하나를 죽이는 교육으로 왜곡된 이 시대 교육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마음을 본 만큼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는 깨달음이면서 화두인 말씀을 가슴에 새길 수 있었던 이번 훈련으로 저희들은 더욱 마음이 넓어지고 평온해졌습니다. 대안학교의 모든 교사가 마음을 찾고 마음을 보고 마음을 잘 쓴다면 교육의 방법이란 그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눈앞의 교육 효과에 연연하지 않는 기다림의 교육, 모두를 살리는 교육이 이루어질 때, 대안학교의 대안교육은 더욱 새롭게 거듭나서 아름다운 학교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이제 여름도 지나가고 가을이 다가옵니다. 무더웠던 여름은 가마솥처럼 뜨거워 저희들을 무척이나 달구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늘한 세상을 그리워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번뇌가 없었으면 깨달음도 없었겠지요. 저희들은 무척이나 바쁜 가운데서 2학기를 힘차게 열었습니다. 2학기 동안에 배울 과목에 대한 수강신청을 하고 개인별로 시간표를 만들고, 과 편성을 새로 하였으며 기숙사에서는 세대별 일기쓰기 시간을 통해 새롭게 마음을 모으고 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을이 깊어져 열매 맺을 때, 우리 모두가 함께 영글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 하나가 모두 경계 덩어리인 우리 아이들과 하나되기 위해 그 아이들과 만날 때마다 해탈하기 위해 오늘도 깨달음의 큰길로 나아갑니다.

<호적명 일관, 영산성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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