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에 달빛은 교교하고, 선실엔 2백여명 운수납자의 청아한 염불소리가 장중한 서기로움으로 울리고 있다. 잠시 한 마음 놓고 있자니 그 울림에 섞인 이름모를 동지의 정성스럽고 간절한 구도의 염불 한소리에 다시금 마음이 챙겨진다. 풀린 공부심에 대한 자극이다.

1천6백여명 원불교 출가자들은 1년에 1주일씩 의무적으로 익산 왕궁에 위치한 중앙중도훈련원에서 훈련을 나야한다. 농경시대 3개월의 안거에 비하면 짧아졌지만 일선 도량에서 상시훈련을 하니 선택적으로 안거를 나는 불교에 비할 바는 아니다.

초급 부교무부터 교단 중책과 퇴임을 앞둔 노교무까지 ‘계급장’ 떼고 평등한 훈련생으로 어우러져 구도의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다. 선후진은 서로 자극 받으며 공부를 향상시키고, 일상의 수고로움을 상호 위안하기도 한다.

18∼24일 진행된 10차 교무훈련에서는 올해 첫 사령된 신규 교무들이 입소했었다. 일선 교화에 처음 임해 현실적 시행착오의 혼란이 심한 시기이다. 그들을 위해 교역생활 40년에 가까운 부모세대의 선배학년들이 방을 찾아 노래와 율동으로 노고를 위로하고 따뜻한 ‘한가족’임을 확인했다. 이어 그 아래 학년들까지 모두 상없는 마음으로 다가서니 일상에 지친 신규 부교무들이 감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

혼자 100점 맞지 않고 함께 80점 맞는다는 것이 원불교 출가자들의 공부 원칙이다.

각개의 일속에선 치열하고 갖은 논쟁을 벌이며 발전을 추구하지만 대의속에선 수 천의 출가자가 한 가족으로 어우러지고, 훈련을 통해 서로의 공부심을 진작시킨다. 그것을 교당과 사회에 투영시키니 원불교의 무서운 힘은 여기서 나온다. 교단 전체가 평등하게 어우러져 끌고 밀어주며 합력하는 낙원의 세계를 연출하는 것이다.

1년을 살아갈 힘을 충전한 교무들의 맑은 눈빛은 또 전국으로 흩어져 교도들과 사회인들의 눈빛을 맑힐 것이다. 원불교의 힘, 원불교 안거인 ‘교무훈련’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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