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동교당

▲ 녹동교당은 25일 교당에서 ‘아름다운 가게’를 열었다. 교도들이 매장에 나온 물건을 고르고 있다.
▲ 녹동교당의 희망인 어린이 회원들의 해맑은 모습.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일요일 오후, 녹동교당 법당에 훈훈함 가득한 장터가 열렸다. 교도들의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을 가져와 필요한 사람들이 쓸 수 있게 하는 ‘아름다운 가게’가 열린 것. 제법 괜찮아 보이는 외투나 신발, 청바지 등 여러 물건들을 둘러보며 교도들의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전라남도 고흥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녹동교당. 한센병 환우 시설 국립소록도병원이 자리한 소록도의 관문으로 더 잘 알려진 이 곳 녹동 구석구석에 지금 일원의 맥박이 힘차게 고동치고 있다.

아직 선교소를 벗어나지 못한 작은 시골교당이지만 녹동교당은 올해 눈에 띄는 교화성장을 보였다. 이로 인해 광주전남교구에서 일반·청소년부문 교화성장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11월 중앙총부에서 열린 총회에서도 전국의 다른 큰 교당을 제치고 일반부문 교화성장상을 받았다.

녹동교당이 이처럼 교화의 꽃이 피어나는 것에 대해 오은도 교무는 “원기62년부터 시작된 소록도 교화의 바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30년 가까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을 펼쳐왔던 까닭에 원불교는 이곳에서 봉사하는 종교로 널리 알려져 있다는 것. 소록도가 있었기에 녹동 교화가 가능했다는 말이다.

실제 녹동은 소록도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린이부터 일반에 이르기까지 함께 교화를 해나가는 것은 물론 훈련과 봉사활동 등 소록도 지원에도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는 것. 어린이교화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되었던 원기90년 소록도어린이 청와대 방문 행사도 두 교당이 함께 힘을 모았다.

그러나 이외에도 녹동 교화성장의 저변에는 교도들을 위해 갖은 정성을 쏟아 붇는 오 교무의 노력이 숨어있다. 다른 모든 교무들이 그러하듯 오 교무의 화두 역시 ‘어떻게 하면 우리 교도님들의 가정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이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드릴 수는 없지만 힘겨운 마음을 부처님 법도량에서 편안하게 풀고 가실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오 교무는 일요일만 되면 ‘차 마담’을 자청하고 나선다. 교당을 찾는 교도님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푸근한 정을 건네는 것. 법회를 마치면 교도 모두가 생활관에 옹기종기 모여 점심 공양을 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런 따뜻한 교당 분위기 때문인지 교당을 찾은 교도들은 한결같이 “교당에 오면 마음이 편안하고 너무 좋다”고 말한다. 부부문제로 힘들어했던 한 가정도 교당에 나오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어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한편 오 교무의 자동차 안에는 마늘, 양파, 김, 미역, 문어, 멸치 등 교도들이 생산한 물건들이 떨어질 날이 없다. 교도들의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다. 이렇게 교도들에게 온갖 정성을 쏟다보니 교도와 교무의 마음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교도들은 이런 교무의 삶을 통해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진리를 만나게 된다.

녹동교당은 지금 또 다른 도약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얼마 전 전체 교도들의 합의로 생활관 2층에 교당 영모전을 증축하기로 한 것이다. 영모전에는 교도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가족들도 모실 계획이다. 교도들은 이를 위해서 십시일반 정성으로 성금을 모으기로 하고, 얼마 전 시작했던 108배 기도를 자진해서 연장하기로 했다. 박정원 교도회장은 “내년부터는 교화단을 조직해 체계적인 공부를 시작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꽃이 아름다운 집’으로 불리는 녹동교당이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집’으로 널리 불리게 될 날도 그리멀지 않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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