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 엘리자베스 록 씀, 조응주 옮김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는 다소 단정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그 동안 우리 인간의 관점에서, 그것도 매우 편협한 관점에서만 벌레를 인식해왔던 우리의 편견을 비로소 놓게 만드는 책이다. 2004년 6월, 비교적 근자에 발행된 이 책은 ‘작은 것들 속에 깃든 신의 목소리’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벌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과학적인 강변보다는 벌레에 대한 우리들의 영적인 수용과 교류를 더 강조하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파리, 바퀴벌레, 개미, 딱정벌레, 벌, 모기, 거미, 나비, 잠자리, 사마귀 등, 우리가 흔히 혐오하거나 미워하는, 때론 공포감마저 느끼는 벌레들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그 곤충이나 벌레를 향한 인간의 근거 없는 적대감들을 파헤치고 있다. 사실 이 적대감이란 것도 다분히 사회적으로 교육받거나 학습한 결과라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이나 집단이 적을 만들어내는 심리적 과정을 이해해야 하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선전 선동을 예리하고 비판적인 눈으로 해석하기를 저자는 원하고 있다.

‘좋은 벌레는 죽은 벌레밖에 없다’는 선전을 따른다면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낸 곤충 유령과 싸우는데 진을 뺄 것인데, 이는 곤충과의 전쟁이 35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산업이 되어버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벌레와 곤충을 혐오스럽게 하여, 과연 이익을 보는 집단은 누구일까? 그것은 살충제를 만드는 기업이 아닐까? 바퀴벌레를 과장되고 형편없는 이미지로 만들어 폭파해서 죽이는 만화 광고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이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곤충이 재생, 채취, 가루받이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몇 달 안에 멸종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임을 경고하는 것과 함께, 곤충은 우리 자아의 일부분이며, 곤충과 화해하는 것은 우리 온전한 자아를 회복하는 길이고, 오해와 학대와 증오에 시달리는 우리 영혼을 품고 치유하는 길이라는 영성적인 가르침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더럽지 않으며, 파리가 있음으로 해서 죽은 동식물이 잘 썩게 해주고 많은 생물의 먹이가 되어 동식물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저자는 바퀴벌레를 ‘신성한 천재’로 표현하며, 다양한 예를 들어 바퀴벌레가 사람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기가 인간의 피를 좋아하게 된 것도 다른 온혈 동물이 감소하기 시작한 200년 전부터이고, 삼림과 다른 동물종들을 인간이 해친 결과라는 책임의식을 가지기를 원한다.

내가 보기에는 사람이 피해의식과 적대감에서 해방되어 곤충들에 대해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불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우주만유가 분명 법신불의 응화신일진대, 곤충들을 어찌 우주 만유 속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든 생명체는 소중하며 지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믿을 때, 저자의 말처럼 우리 문화는 ‘심오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원경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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