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으로 봉사하며 살아갈 힘 얻지요”

빛고을 광주로 가는 길은 찬란했다. 노랗게 핀 개나리와 연분홍 꽃사과나무가 봄빛과 어우러져 일대장관을 연출했다.

봄빛과 같은 사람

윤창호 교도(중흥교당)는 노란 봄빛과 같은 사람이다. 그는 남들이 꺼리는 소록도에서 11년째 전자제품 수리 봉사활동을 해왔다.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11년동안 3박4일을 온통 바치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소록도서 보내는 여름 휴가

광주송원대 메카트로닉스과 교수인 윤 교도는 전공을 살려 매년 여름방학이면 보름간은 전자제품 수리봉사활동을 하며 보낸다. 소록도에서 보내는 3박4일과 그가 근무하는 송원대학 학생들과 섬 지역을 다니며 10일간 가전제품 수리 봉사를 한다. 학교에서 하는 봉사활동은 학생들을 인솔해서 지도하지만 소록도 봉사활동은 원불교중흥교당 이름을 걸고 직접 수리하는 일이다. 그래서 3박4일이지만 양으로는 10일 봉사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이 일에 전심전력을 다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소록도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원기80년. 벌써 12년 전 일이다. 자녀들에게 봉사의 소중함과 은혜를 나누는 것을 몸으로 가르치고 싶었단다. 처음에는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시작했다. 한센 환우들이 가지고 나온 가전제품은 선풍기를 비롯해 밥솥, 다리미, 텔레비전 등 다양한 제품들이 나왔다.

기술로 인정받아

첫날은 다른 지역 봉사대와 일정이 겹쳐 일감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못고친다고 한 제품을 윤 교도가 튼튼하게 고쳐주자 입소문이 나서 다음 날부터 많은 제품이 나왔다. 최선을 다해 고치고 닦고 조이고 광택을 내어 수리했다. 자연 일은 새벽 3~4시경이 되어야 끝이 날 정도였다. 마지막 날은 밤을 꼬박 세워야 할 정도였다. 소록도 교무님에게 “원불교 봉사단이 언제 오느냐”고 물어본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뿌듯했단다.

그렇게 봉사를 하고나면 새로운 일이 기다린다. 환우들이 가지고 온 제품은 보통 20년이 넘어서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폐기처분 하라고 하면 대부분 “이 물건이 어떤 물건인데…”하시며 도로 가지고 간단다.

그래서 윤 교도는 부품을 구하기 위해 고물상을 돌아다니는 것이 일이다.

중흥교당의 후원

중흥교당 청년회는 4년째부터 참여했다. 마침 청년법회를 맡게 되어 청년회원들에게 기술봉사를 하자고 요청하니 청년 3명이 동참했다. 청년들이 입대한 후로는 동생 가족과 제자들이 함께 했다.

5년전부터 중흥교당 교무님과 교도님들이 후원을 해주고 있다. 또 원광대학교 한의대 원불교동아리 봉황, 원광보건대 원간회 학생들과 일원상이 휘날리는 것만 보아도 마음이 뿌듯하단다. 그는 그 공로로 교구에서 주는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3박4일동안 세상과 완전 격리돼 일심으로 일하면서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3박4일이 하루같이 느껴집니다”며 “식모 아닌 식모가 되어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는 아내(이현영)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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