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각개교절의 사회화를 위해 기획된 ‘아하! 데이 좋은날’에서 단체대표들이 ‘희망의 돼지저금통나누기’ 동참 서약을 하고 있다.
일원문화 창달은 교단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자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건축이나 교도 수와 같은 하드웨어는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기성종교에 비할 수 없다. 하지만 의식(儀式)은 소프트웨어 성격이 짙으므로 우리가 교법에 바탕해 생각을 모으고 지혜를 짜낸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방안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원불교 의식

의식은 종교적 행사나 가정의 예의에 따른 각종 예법과 예식을 말한다. 종교 의식은 신앙·수행이나 교화의 수단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원불교 예전은 통례와 가례·교례로 이루어져있다. 가례는 출생에서부터 성년, 혼인, 회갑, 상장, 재, 제사로 구성되어 있다. 원불교 의식은 출생부터 회갑에 이르는 삶의 의식보다 상장, 재와 제사 의식이 잘 정비되어 있고 발달된 편이다.

교례는 봉불 법회, 득도, 은법결의, 승급, 대사, 봉고, 특별기도, 경축, 교회장, 대재, 교의로 이루어져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역시 법회와 4축2재이다. 그래서 원불교 종교문화도 법회와 4축2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들이 많다.

원불교적 종교문화는 있는가?

최준식 교수(이화여대 한국문화학과)는 교도는 아니지만 이화여대 원불교학과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그는 《한국인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3권에서 교단에 대한 애정을 맘껏 표현하면서 “이 시대 정신을 바로 세울 유일한 종교 원불교가 지금은 1970년대의 고준함에 머물러 있다”며 “소태산의 가르침은 세계 최고 중에 하나이지만 그걸 잘 포장해 제시하는 일은 잘 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전통불교에 비하면 마치 벤처기업 같은 격인데 기존의 큰 회사와 경쟁하려면 나름대로 톡톡 튀는 전략을 갖춰야 하는데 그런 것이 보이지않는다는 것이다. 교당의 겉모습부터 그렇고 건물 안 인테리어도 사람의 마음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원불교적 종교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가령 법회의 순서와 내용이 개신교의 예배순서를 닮아 원불교적인 특징을 찾아볼 수 없다.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구닥다리 냄새가 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회 의식 과감히 바꾸자

법회는 법을 강론하며 법을 훈련하며 기타 신앙을 중심으로 하여 진행하는 법의 모임을 통칭한다. 최준식 교수가 지적한대로 우리 법회는 원불교적인 정체성을 살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의 예배와 식순은 비슷하지만 수준은 한참 떨어진다. 교회나 성당은 건축, 인테리어, 음악, 열정적인 기도와 설교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특히 성가대는 예배의 지루함을 없애고 경건함을 일깨우고 있다. 우리는 건축이나 인테리어도 시원찮은데다 성가대도 없고 설교도 도덕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그나마 사회자까지 두어 흐름이 단절되기 일쑤이다.

법회는 교도들이 상시훈련한 내용을 점검하는 정기훈련의 장이 되어야 한다. 법회 식순에 교당내왕시 주의사항 1·2·3조 문답·감정·해오를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되면 11과목을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다.

법회 장엄과 신앙분위기 진작을 위해 전체가 모여 먼저 교당과 개인의 바람을 담은 기도식을 거행하면 염불·좌선·경전이 담아진다.

교도들이 지낸 일에 대해 묻고 감각과 의심건을 발표하면 교무가 질문에 대해 답하고 감정해주고, 의심을 풀어주면 거기에 강연·회화·의두·성리·정기일기·상시일기·주의·조행이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규모가 작은 교당은 회화법회 보는 방식으로 동그랗게 앉아 진행하고, 규모가 큰 교당은 교무가 불단에서 내려와 교도들의 눈높이에서 진행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5조 공부에만 전심하게 되고, 6조 소득유무를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다. 그런 후 교무가 문답감정한 내용을 중심으로 설교와 설명기도를 하고 마치면 된다.

교도들은 회화법회 본다고 하면 다 좋아한다. 이는 기존 법회 식순이 교도들의 정서나 바람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되지 않을까?

문제는 상시응용주의사항으로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대종사 교법의 핵심이다. 상시응용한 내용을 점검하는 것이 법회가 되어야 한다. 과감한 변화와 시도가 필요하다. 개교 100년 전에 원불교 만의 독특한 법회 양식과 공부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명절대재, 11월로 환원하자

2재는 두 번의 큰 재를 말한다. 가례에서 천도의식이 대중의 호평을 받는 것처럼 2재도 비교적 원불교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명절대재는 호렴의 감사향례에 뜻을 두고 있다. 한가지 지적할 것은 명절대재라는 명칭을 보은대재로 바꾸는 것과 날짜 환원 문제이다.

명절대재는 본래 11월 1일에 거행되다 농번기와 겹쳐 12월 1일로 옮겨졌다고 한다. 현재 4축2재는 9∼11월에 행사가 없다가 12월1일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 농촌도 지금은 10월이면 일이 마무리 되므로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도 11월로 환원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감사향례의 의미를 살려 흥겨운 축제로 진행하자.

4대 경절, 독특한 의식개발 필요

4축은 신정절, 대각개교절, 석존성탄절, 법인절 등 교단의 4대 경절을 말한다. 신정절이 경축일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있으나 한 해를 다짐하는 의식으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매년 열리는 신년하례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각개교절은 대종사의 대각성도와 탄생일을 기념하며, 본교의 개교와 교도의 공동생일을 겸하는 교단 최대의 경축일이다. 오래 전부터 법잔치·은혜잔치·놀이잔치라는 컨셉으로 대각개교절 전후에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원기89년부터는 대각개교절의 대사회 확산을 위해 아하!데이 축제를 익산에서 열고 있다. 그러나 대각의 의미가 더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우리만의 정서를 살린 독특한 의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대종사가 대각 당일 머리 빗고 손톱 자르고 세수하는 것을 응용해 의식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석존성탄절은 현장에서는 등 제작을 하고 교도들의 참여도 활발하지만 중앙총부에서는 사은등만 걸고, 법회 의식도 너무 간략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특히 개인등을 사은등으로 대치하면서 많이 위축된 감이 없지 않다. 인간의 종교감정을 살려주는 의식이 되어야 한다. 이와함께 지적할 것은 교당에서 청수기나 요령이 언제부터인지 사라진지 오래이다. 문화는 새로 만들기는 어려워도 없애기는 쉬운 법이다.

법인절은 법계의 인증을 받은 날을 기념하는 경절이다. 전 교도가 일제히 기도를 올리면서 창립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정신개벽운동이 되어야 한다. 이런 컨셉으로 서울교구와 전북교구는 법인절 전야제 행사와 영산성지에서 열리는 원청법인기도가 호응을 얻고 있다.

원기83년부터 법인의 의미를 살려 봉숭아 물들이기 행사가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원불교인은 엄지에 봉숭아 물을 들이는 전통을 만들어가면 정체성을 살리고 결속력을 생기는데도 큰 도움이 될 듯. 사무여한의 법인성사를 재현하는 의식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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