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 밝은 이여, 마음밭이 어디인가? ”

▲ 새벽 5시 대각전에 모여 용맹정진하는 남여 예비교무들.
▲ 새벽좌선후 아침요가로 몸과 마음을 풀고 있다.
▲ 사경 분반활동. 대산종사 법문집을 통해 성자혼을 체받는 시간이다.
영산선학대학교와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를 졸업한 예비교무들이 교화현장에 나가기 앞서 마지막 수학과정을 밟는 원불교대학원대학교. 늦더위가 한창인 8월 이곳 예비교무들의 선훈련 현장을 직접 찾아보았다.

늦여름 무더위가 한창인 8월23∼26일, 만물이 이미 깨어나고 세상은 분주히 돌아가는 오전 시간이지만 그런 사실에 아랑곳없이 원불교대학원대학교(총장 김형철. 이하 대학원)에는 칼날 같은 정적만이 감돈다. 70여명의 예비교무들이 꼿꼿이 자리를 틀고 앉아 치열하게 자신과 대면하는 선훈련 중이기 때문이다.

좌선 도중 순간순간 일어나는 사심잡념이 정신을 산란하게 하기도 하고 시시때때로 수마가 엄습해오기도 하지만 시퍼렇게 살아있는 공부심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한다. 눈 밝은 공부인들에게 이런 일은 오히려 자신의 수행력과 마음의 힘을 기르는 좋은 자료로 활용될 뿐이다.

영산선학대학교와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를 졸업한 예비교무들이 교화일선에 나오기 전 현장 경험의 훈련기간이 되는 대학원은 이렇게 매 학기를 선훈련으로 시작한다. 상시기간(방학)을 마치고 정기기간(학기)을 시작하기 앞서 몸과 마음을 다시금 추어 잡는 한편 일심으로 적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여름방학에는 학년별 훈련이, 겨울방학에는 동선이 있는 학부과정과 달리 대학원에서는 학기 중부터 방학에 이르는 상시 교화실습이 진행되는 까닭에 선훈련은 자신을 성찰하는데 더없이 중요한 시간이다.

대학원 선훈련은 타 훈련에 비해 프로그램이 단순하다. 삼학(정신수양·사리연구·작업취사) 가운데 주로 정신수양과목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녀가 함께 하는 대각전 새벽 좌선에 이어진 남녀 서원관(기숙사)별 오전 정진(좌선·요가), 기원문·헌배·선정의 저녁 발원정진이 하나의 대적공실을 이룬다. 예비교무들은 이 시간동안 오로지 자신과의 대면을 통해 두렷하고 고요한 정신의 자주력을 기르는데 힘을 다한다.

훈련기간 동안 외출은 금지다. 신문·TV·컴퓨터·전화 등 외부와 연결되는 일체의 통신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식사시간은 물론 오전 정진 시와 저녁 발원정진 후에는 전혀 말을 하지 않는 ‘묵언’을 해야 한다. 만물이 잠든 깊은 밤의 평화롭고 고요한 기운을 잘 보존하기 위한 존야기(存?氣)의 시간인 것이다. 이 모두가 육근을 통해 밖으로 흘러나가는 정신을 오롯이 하고 일체 경계에 흔들리지 않는 수양력을 기르기 위한 방편이다.

수양이 중심이 되지만 그렇다고 앉아만 있는 ‘죽은 선’은 아니다. 점심공양 후 분반활동 시간에는 사상선을 통해 일과 공부가 둘 아닌 무시선에 적공하기도 한다. 또한 독경과 사경을 통해 일심을 연마하거나 시청각 교육, 원로교무 초청강연 등으로 혜두를 단련하기도 한다. 한편 저녁공양 후에는 봉공작업으로 화단의 풀을 매며 스스로의 마음 밭을 갈아간다.

대학원 전신인 동산훈련원에서 원기76년 시작된 선훈련은 처음에는 무문관(無門觀) 훈련으로 불렸다. 당시 동산훈련원은 1년 동안의 훈련교무 과정으로 운영되었는데, 연구과 중심의 수업과 취사과 중심의 실습이 주였던 까닭에 오롯한 수양시간에 대한 바램이 꾸준히 요청되고 있었다. 또한 공부인으로서 밀도 있는 수행에 대한 욕구도 선훈련을 하게 된 주요 이유였다.

수양중심의 좌선에 주로 적공했던 무문관 훈련이었지만 밀폐된 곳에서 오랫동안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정진하는 불교의 무문관(無門關) 수련과는 의미가 달랐다. 대산종사는 일찍이 “무문관이라고 하면 외부의 토굴만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이 진짜 토굴이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가 낳아 길러 주신 이 몸이 진짜 토굴”이라며 “이 몸에 있는 단전토굴에 집어넣어서 파손된 것이 다시 고쳐지고 어두운 것이 밝아지고 물든 것이 닦아지도록 해야 한다”고 법문했다. 그런 까닭에 불교의 무문관이 ‘빗장 관(關)’자를 사용한 것에 반해 원불교의 무문관은 ‘볼 관(觀)’자를 쓴 것이다. 당시 무문관 훈련은 단전토굴을 통해 참 나를 찾자는 것이 목적이었고, 원기82년 2년 과정의 대학원대학교로 변화하며 훈련명칭이 선훈련으로 바뀌었음에도 그 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아! 나는 전무출신이구나, 대종사님께서 밝혀주신 교법을 몸으로 수행 체득하고 마음으로 증득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줄 전법사도로구나!” 훈련을 마친 한 예비교무의 일성이 고요하지만 치열했던 선훈련의 결과를 확인시켜준다.

그대 눈 밝은 이여, 그대의 마음밭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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