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종사를 기리다

▲ 홍윤식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병덕형, 이게 웬 말이오.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없으니 말이오. 3년 전 3월16일 소제의 고희기념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축사를 해주고 헤어진 이후 다시는 담소를 나눌 기회를 갖지 못 한 채 불귀의 객이 되었다니 찢어질 듯한 슬픈 가슴을 억누를 수 없소.



병덕형, 형을 처음 만난 것은 40여년 전 종교사학회에서 였지요, 그 학회는 이기영, 서경수, 문상희, 윤성범, 변선환, 유동식 교수 등 불교, 기독교계 명사들이 다수 참가하는 학자모임 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병덕형과 김태곤 교수 소제의 세 사람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었지요. 형은 신흥종교연구를 대표하는 학자였고, 김태곤 교수는 무속연구를, 소제는 당시에는 불교의례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던 때라 세 사람의 연구영역은 달랐지만, 연구의 대상이 기층문화와 서민대중에 비중을 두고있었다는데 공통점이 있어 자주 담론을 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당시 형은 원불교는 진리적 종교임을 강조했고, 김태곤 교수는 모든 종교는 무속신앙과 무관할 수 없는 것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소제는 민중불교가 진리에 도달하려는 과정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여서 형이 말하던 진리적 종교에 자연 쉽게 다가 갈 수 있었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형의 종교사학회에서의 연구활동은 원불교의 교의적 발전과 보편성의 확립에 크게 기여하였던 것으로 생각하오. 그 덕택에 소제도 원불교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고, 또한 형은 소제로 하여금 불교와 원불교를 비교하면서 원불교의 한국종교로서의 위상정립에 관심을 갖도록 이끌어준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소.

이와 같은 소중한 인연들이 있어 김태곤 교수가 먼저 원광대학교에 자리를 잡았고 뒤이어 일본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1973년 소제로 하여금 원광대학교에서 교수가 될 수 있는 터전을 형이 마련하여 주었소.

그러나 10여년 전 김태곤 교수가 먼저 유명을 달리 하였는데 이제 병덕형 마저 소제 혼자만을 외로이 이 세상에 남기고 떠나려하오?. 원불교와 한국사회를 위한 열정 그것을 어떻게 하고 말이오.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고 하지만 형과의 우정은 더욱 두터워지고 있는데 말이오.

오늘 빈소에 마련된 형의 영정과 마주하며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슬픔을 감출 수가 없었소. 그러나 병덕형, 아니 여산 유기현 원정사님, 생사가 일여하다는 진리는 영원히 형을 기억 할 것이오. 그리고 아무리 유명을 달리 하였더라도 형이 평소에 축적해온 원불교와 한국종교에 기여한 업적은 우리들로 하여금 좋은 생활의 귀감이 될것이요.

삼가 여산 원정사님의 명복을 빌며 추모의 정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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