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엔 야생화 천수답엔 연 방죽
여래 기다리는훈련·기도도량

남해 다도해의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와룡산(799m). 산은 웅장하지 않지만 산세는 힘차다. 그 모습이 커다란 용 한 마리가 누워있는 형상과 비슷하다하여 와룡이란 지명을 갖게 됐다. 전국적으로 꽤 알려진 이곳 와룡산에 소담스런 원불교 수련원이 있다. 이름하여 와룡산 교화단 수련원. 산악자전거, 암벽등반, 패러글라이딩, 등반을 하는 사람이면 새로골에 자리한 와룡산 교화단수련원을 좋든 싫든 거쳐야 한다. 등산로 바로 옆에 위치한 까닭도 있지만 초록빛이 유달리 완연한 도량에 눈길을 보내는 등산객이 많다.

이성관 교무는 “주말이면 수많은 등산객이 수련원을 지나간다. 부임하고 나서 바깥 벽면에 일원상을 걸어 둔 것도 이 때문이다. 등산객으로 인해 원불교 간접 홍보를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틈나는 대로 법문과 음악을 틀어놓는다"고 말한다.

쑥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도중 창밖을 내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평상에 앉아 앰프에서 나오는 법문을 듣고 있는 등산객의 모습이 눈에 띤다.

이 교무는 “도량이 청정해야 풍겨 나오는 기운도 맑다. 우연자연하게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리라 본다. 도량이 정갈하면 등산객은 물론 훈련에 참석하는 훈련생들의 마음도 편안해 진다. 앞으로 훈련 도량, 기도도량으로 거듭나기 위해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무의 안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러 종류의 야생화와 산야초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입구 텃밭에 자라고 있는 벌개미취와 톱풀, 야콘, 결명자. 병정처럼 일렬로 선 벚나무 아래쪽에 심어져 있는 삼색병꽃, 백두산 풍로초, 송엽국, 국화. 계곡 건너편 텃밭에 자라고 있는 도라지, 더덕, 고소. 예전 천수답이었던 6백여평의 층계답 한 곁에 약물샘 물길을 잡아 조그만 임시 연 방죽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체험거리는 법위단계별훈련을 통한 선과 기도 체험에 비중을 두었다. 개인적으로도 선과 기도에 정성을 기울이면서 훈련생을 맞이하고 있다.

이 교무는 “현재는 전임이었던 김도장 교무가 세워놓은 계획대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나 앞으로 원거리 교당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출장 훈련도 계획하고 있다. 여력이 닿으면 천수답 언덕배기에 황토방을 지어 선방과 문화체험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며 “수련원 옆 계곡 공사가 끝나면 예전과는 분위기가 훨씬 달라질 것이다. 이곳을 다녀간 풍수지리학자들도 이곳을 길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남해대교와 사천 앞 바다의 크고 작은 섬들을 세세히 감상할 수 있는 수련원을 나오면서 길지와 연관된 삼천포교당 교도였던 박성균 교도의 꿈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박은정 삼천포 교도부회장은 “평소 기도와 선을 열심히 했던 친형이 와룡산 논을 산 다음날 아침 어머니와 나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용이 몸을 감싸고 있는 꿈을 꾸었는데 아무래도 예사롭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어머니께서 원불교에 희사할 땅이라는 한 말씀이 희사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손은성 교도와 상의하여 계곡 너머 손 교도가 소유하고 있던 밭과 함께 교구에 희사하게 되었다.

이같은 내역을 간직한 와룡산 교화단수련원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후 원기86년 5월 봉불식을 가졌다. 주위가 마치 정원처럼 느껴지는 수련원은 그동안 경남교구 교도들의 단계별 훈련을 비롯 교구, 지구, 교당의 각종 훈련 등을 실시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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