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로부터 사회 정도연 본사기자, 참석자 이명신, 송덕상, 최지원, 박은진, 박은아 교무

11월에 실시되는 정남정녀서원식을 앞두고 본사에서는 11일 ‘정녀제도'에 관한 주제로 좌담을 실시했다. 이는 원기86년 제기된 ‘일괄적인 정녀 지원서 폐지'문제가 교단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가속화됐지만 이후 6년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교단적 여론을 공론화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자는 의미에서 이번 좌담을 개최하게 됐다. 더불어 정녀제도 전반에 걸친 검토와 개선, 나아가 전무출신 제도 강화를 위한 논의와 여성교역자의 행복한 삶을 조명해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정녀지원서는 폐지 돼야 충분한 논의와 공감 바탕”

“정녀제도 유연성 있게 개선 연구 통해 단계적 문호개방”


정녀지원서 폐지 다각적 논의

올해 열릴 정남정녀 선서식을 앞두고 정녀지원서 폐지 여부를 놓고 다각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원칙적인 면에서 정녀지원서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시각을 보였다.

최지원 교무(화해교당)는 “정남정녀 규정 시행규칙의 형평성에 어긋나 남녀 평등한 권리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고 “다양한 전무출신제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지원서 폐지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가 수반되는 만큼 전무출신 제도개선과 관련 선·후에 관한 약간의 이견이 있었다.

한 참석자는 정녀지원서를 무조건 폐지 할 것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돌리자는 입장을 보였다. 의무와 일률성을 배제한 상태에서 정녀지원을 하는 사람, 지원을 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을 모두 수용하자는 시각이다.

‘예비정녀지원서' 제도도 제기했다. 천주교 수녀의 경우 예비지원서 제출 후 10년만에 종신지원서를 내는 제도적 장치가 있는 만큼 정녀의 경우 간사생활, 수학기간, 교직 3년까지 예비정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절충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지원서 폐지 요인 중 불평등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성인재발굴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학생의 지원율이 원기81년부터 현격한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송덕상 교무(순천교당)는 “폐지를 위한 논의는 여성교역자들의 충분한 공감과 공유가 이뤄진 바탕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교단 구성원과 집행부가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변화하겠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지문제는 법규제정이나 행정적인 절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성교역자의 정체성과 신념에 관한 문제인 만큼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설득하고, 좁혀나가는 과정을 생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녀제도의 의의와 개선점

이날 참석자들은 원불교 정녀가 숭고한 사상과 고결한 삶을 통해 그동안 한국사회에 있어 새로운 인간상의 모습을 보여줬고, 교단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에 공감했다.

하지만 남자는 정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데 반해 여자는 정녀를 ‘의무조항’으로 지키도록 되어 있는 이중구조는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미래사회에서 전무출신의 결속과 전무출신 능력 활용, 역할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

교단이 앞으로 정남정녀는 최대한 장려하고, 남녀 전무출신의 결혼 문제 등도 평등한 방향에서 연구하는 한편 성직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자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아, ‘바람직한 변화’에 대한 촉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

참석자들은 “앞으로 정녀제도도 자유의사를 존중해 유연성 있는 제도로 개선돼야 한다”며 “장기간에 걸친 연구와 세미나 공청회등의 과정을 통해 단계적인 문호 개방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명신 교무(서면교당)는 “교화적인 측면에서 예상되는 부정적인 영향, 여성교역자의 결혼 허용에 따른 교단이 안아야 할 경제적 부담 등은 단시일 내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며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조심스런 신중론도 제기했다.

교단이 안고 있는 정녀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향의 제언들도 나왔다.

우선 ‘세대전무출신’ 제도이다. 세대전무출신 제도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앞으로 정녀제도와 병행하는 문제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유능한 기혼여성 발굴’과 ‘숙녀의 부활’이다. 초기 교단과 같이 숙녀들이 많이 들어와 활약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개방하는것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입장.

환속한 전무출신들의 모임인 ‘모원회’의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도 나왔다.

‘숙려기간제’ 도입도 고려사항이다. 간사 근무기나 학생시기에 환속한 이들에게 몇 년간의 숙려기간을 둔 이후 재심사를 통해 출가로 유입하는 방안이다.



여자정화단의 재정비

여자 정화단은 정녀들에게 소속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이다. 정화단 스스로 위상을 높이는 작업과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이같은 변화를 위해서는 ‘정화단의 결속 강화’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며, 단장, 중앙, 실무위원들의 ‘전문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소리가 높다.

아울러 친목단체의 기능을 확대하여 여성교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책임을 져주는 노력’들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 여성인력 감소에 따른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정녀제도와 여성교무의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끊임없이 연구해 나가야 한다는 것 등 정화단에 대한 요구와 바람이 컸다.

박은진 교무(거마교당)는 “시대를 향도할 바람직한 정녀의 모습을 창출하고, 정화단 스스로 위상을 높이는 작업과 제도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해 정화단의 재정비에 힘을 실었다.



의사소통, 공론화 필요

정녀지원서 문제를 비롯, 정녀제도에 관한 선후진간의 의식차이를 인정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박은아 교무는 “전무출신제도 연구를 위한 특위 구성을 제안”하며 “연구 특위를 발족해서 정녀제도를 포함한 전무출신제도의 발전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개교100년 성업봉찬사업의 일환으로 전무출신 제도와 의복에 관한 연구를 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날 좌담은 이상의 내용들을 공론화시키는 데에 만족한다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참석자들은 “다양한 의견들이 정녀제도를 긍정적으로 풀어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기까지 여성교역자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요청된다.

정리 정도연 기자 jdo@wonnews.co.kr
사진 최용정기자 chdl@wonnews.co.kr



Tip

‘정녀지원서 폐지’ 논란

정녀지원서 폐지에 관한 논란이 교단적 문제로 제기된 것은 6년전인 원기86년, 정남정녀서원식을 앞두고 였다.

당시 정녀선서 대상자는 69명. 이중 38명이 ‘일괄적인 정녀지원서 폐지를 촉구하고 교단적 풍토가 마련될 때까지 정녀선서식을 유보하겠다’고 밝히고 부터다.

그 당시 38명의 단체 결의문 제출을 계기로 정녀제도, 여성교역자의 결혼, 궁극적으로는 전무출신 제도에 관한 내용 등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물론 ‘다수의 선서보류'를 본질적인 해결방향의 실마리로 끌고 가서는 안되지만 그동안 당연시 되어왔던 정녀선서 풍토를 환기시키고, 정녀의 위상 제고와 전무출신제도 개선을 위한 ‘변화의 몸짓'이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정녀지원서 제출’ 법규

‘전무출신 지원자 심사규칙'이 법제화 된 것은 원기60년(1975)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원자 구비서류에 ‘정녀지원서' 조항은 없었다.

그러나 원기70년대(1980) 초부터 성문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녀지원서를 받게 되었고, 원기81년 정기원의회에서 개정된 ‘전무출신 지원자 심사규칙’ 제8조 지원구비서류 조항에 ‘정녀지원서’를 못박아 둠으로써 정식으로 법적 효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원기 69년에 제정돼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정남정녀규정시행규칙’에는 여전히 ‘예비지원은 전무출신을 지원할 때, 또는 뜻이 정하여질 때 지원서를 제출한다’고 되어있다.

남자교역자가 정남을 지원할 경우 이러한 시행규칙에 의해 본인의 뜻이 정하여 질 때 지원서를 제출하고 있지만, 여성교역자는 시행규칙과 달리 전무출신을 지원할 때 의무적으로 정녀지원서를 제출하며, 만약 정녀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입학자체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남녀불평등’의 소지가 되고 있고, 여성교역자들은 ‘정녀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 하고 있는 것이다.

정도연 기자 jdo@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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