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침과 느낌 - 예비교역자 대학생 대회를 보고

대학생 대회는 익산·영산 각 성지에서 한해씩 번갈아가며 치러진다.

원기92년 대학생 대회는 영산선학대학교 교우들의 익산성지 방문으로 9월28일부터 29일, 1박 2일에 걸쳐 익산성지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대학생 대회는 첫날 성지순례, 체육대회, 선진님 모시기, 학년모임과 둘째 날 오전일과를 함께하고 총부예회와 종법사님 배알시간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대학생대회의 목적은 영산과 익산의 예비 교역자들이 서로 모여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도반들의 모습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한 서로간의 정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번 대학생대회에서 도반들의 정을 느끼고 서로 간에 다른 문화를 접하는 경험을 하였는가하고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러하였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행사를 직접 진행해본 당사자로서 나는 그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대학생 대회에서 무엇이 부족하였을까?

우선 대학생대회라는 행사를 행사로 보았던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랜 벗을 만나는 사람이 그날의 일정을 계획할 때 그것을 행사라는 생각으로 계획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익산에서 준비한 사람으로서, 어떤 프로그램을 마련해놓아야 영산 도반들이 즐거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마음의 자세가 이미 어떠한 벽을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둘째로 영산 도반과 익산 도반으로 나누었던 것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영산과 익산의 거리만큼, 우리의 마음에도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좁혀줄 수 있는 대학생 대회라는 행사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떠나가는 그들을 보내면서 우리는 도반의 심경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는가, 아니면 그저 익산을 찾아온 귀한 손님을 보내는 심경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안타깝게도 후자 쪽이 가깝다.

아무리 귀한 손님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을 손님으로 보면, 아무리 웃고 즐겨도 어디까지나 가족이 아닌 손님이다.

나의 흉을 보여줄 수 있는 서로간의 간격이야 말로 가족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즐거운 프로그램과 화려한 언변보다는, 거진출진(居塵出塵)을 하느라 얼굴에 잔뜩 묻은 진흙을 보여주는 것이 서로의 얼굴을 털어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도반에 어울리지 않을까?

비록 이번 대학생 대회가 모두 만족스러운 모습만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 모여 웃으며 반길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길을 향해 나아가는, 창자를 이은 한 동지임을 마음속에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짧을 수밖에 없는 1박 2일의 기간이었지만 이 대학생 대회를 통해 영산과 익산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서로 진일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편 대학생 대회는 정산종사님 유시로 영산선원 학생들과 유일학림 학생들의 친목을 목적으로 한 중앙교우회로 만들어졌다. 그러다 그 명칭이 예비교역자 대회로 바뀌고 다시 대학생대회로 바뀌면서 명맥이 이어오고 있다.

서양준 대학생기자 yellowti@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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